‘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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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저승사자’ 합수단 부활해야

한원석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10 00:02:46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으로 시작된 펀드 사태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라임에 이어 옵티머스와 디스커버리 펀드의 환매가 중단되면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

이들 펀드에 대한 수습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또 다른 펀드에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이달 들어 교보증권의 ‘로열클래스 글로벌M’ 펀드와 키움자산운용의 ‘글로벌얼터너티브’ 펀드, 브이아이자산운용의 ‘H2O멀티본드’ 펀드, 삼성자산운용의 ‘A클럽일드플러스’ 펀드가 연이어 환매를 중단했다. 여기에 묶인 돈만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부실 사모펀드가 사회 문제화 되자 금융당국은 펀드 전수조사라는 강수를 내놨다. 지난달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사모펀드운용사 검사전담반’을 발족해 사모펀드 1만여개와 사모전문운용사 230여개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검사전담반에는 금감원뿐 아니라 예금보험공사, 예탁결제원, 한국증권금융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인력까지 포함됐다. 금감원은 3년여에 걸쳐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검사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전수조사는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길어도 1년, 짧으면 3개월 단위로 모집하는 펀드 특성상 전수조사는 ‘뒷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여론에 밀려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의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합수단은 검찰을 중심으로 한국거래소(거래소), 금융위원회(금융위), 금감원, 국세청 등 유관기관에서 인력을 파견 받아 지난 2013년 설치됐다. 지난해 9월까지 기소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범만 1000명 가까이에 이른다. 소위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추미애 법무장관 취임 이후인 올해 초 직접수사 부서로 분류되면서 폐지됐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의 각종 범법행위가 밝혀지고 있는 가운데 내려진 이러한 결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러한 합수단 폐지 결정에 수사 대상자들은 환호했다. 주가 조작 관련 수사를 받던 곳은 주가가 급등했다.

검찰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와 2부로 재배당해 증권 범죄를 계속 수사한다고 밝혔지만 문제점은 만만치 않다. 먼저 인력의 한계다. 금융조사 1·2부엔 부장검사 2명과 평검사 10명이 전부다. 수사관까지 합쳐도 30명 정도다. 여기에 잦은 인사이동으로 전문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검찰 특성상 제대로 된 수사가 되겠냐는 것이다.

금감원과 거래소에도 감시 기능이 존재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2200여개 회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합수단이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릴수 있었던 이유는 패스트트랙 수사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거래소에서 증권 범죄의 단서가 나오면 금감원이 이를 조사한다. 이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검찰 수사까지 이어졌다. 수사권이 없는 금융당국과 금융에 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수사기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이 6년여 동안 1000명을 기소한 원동력이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0위, 외환보유액 규모는 세계 9위에 올라 있다. 수출은 전 세계에서 6번째로 많이 한다. 경제 외형만 보면 한국은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2018년 인구가 5000만명 이상인 나라 가운데 1인당 국민소득(GNI) 3만달러를 넘긴 나라를 뜻하는 ‘3050클럽’에 가입했다. 세계 7번째다. 앞서 여기에 포함된 나라는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6개국 뿐이다.

이런 경제 규모에 걸맞게 금융 관련 범죄는 더욱 교묘해지고 첨단의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금융범죄에 대처할 전문 수사기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통령 취임사에서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합수단은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한 자본주의 수호의 보루다. 민생과 직결된 금융범죄의 억제를 위해서라도 부활해야 한다.

한원석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