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전 종전선언 주장한 文…국내외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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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여는 길”
트럼프·시진핑, 대북관련 발언 없이 코로나19 대응 강조
국민의힘 “종전선언 카드가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이다”

한기호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23 15:29:13

▲ 9월23일(한국시간) 문재인 대통령이 제75차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영상으로 전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네 번째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6·25 전쟁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보다 선행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국내외에서 별다른 호응이 없는 모양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첫날 화상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며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도 언급해 종전선언을 북한 비핵화의 선결과제로 뒀다. 이는 지난 2018년 연설에서 “앞으로 비핵화를 위한 과감한 조치들이 관련국 사이에서 실행되고 종전선언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발언한 것에서 표변한 것은 물론, 선(先)종전선언을 거론하지 않았던 지난해 연설보다도 수위가 높아진 셈이다.

하지만 같은 날 기조연설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히려 북핵 문제 관련 언급 없이 연설을 마쳐 문 대통령과 대조를 이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2019년 세차례 연설마다 북핵 문제를 거론했지만 이날은 “188개국에서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보이지 않는 적인 중국 바이러스(China Virus)와 치열하게 전투하고 있다”며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과 친중(親中) 의혹을 받는 세계보건기구(WHO)를 질타하는 데 집중했다.

시진핑 주석도 대북 언급 없이 “코로나19 사태를 더는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며 방어에 나서 미·중 갈등이 최대 관심사라는 정황을 짐작케 했다.

미국에선 문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두고 비판적인 반응이 나왔다. 실제로 대북문제 전문가 일원으로 꼽히는 이성윤 터프츠대 플레처스쿨 교수는 23일(한국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과 종전선언하면 우리는 항구적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으로 문 대통령의 입장을 요약하고 “진정한 평화는 긴장(tension)이 사라지는 것을 넘어 정의(justice)가 올 때 달성되는 것”이라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어록을 인용해 반박했다.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도 “종전선언을 했다고 치자. 주한미군을 철수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비핵화를 포기하고 북한의 반(反)인도 범죄를 허용하고 금융과 은행 사기를 그대로 둘 것이냐”며 “(종전선언은) 절대 이뤄질 수 없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끝내지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 대통령의 연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23일 논평을 통해 “1년 2개월 전에도 대통령은 종전선언을 언급했었는데 지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종전선언이라는 카드가 얼마나 유용할지 의문이다”며 북한의 GP 총격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을 상기시켰다.

이어 “공허한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 비핵화를 이룰 방안이 절실하다. 비핵화보다 더 큰 평화도 없으며, 비핵화보다 더 확실한 종전선언도 없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과 개최한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에서 “이 정부가 유일하게 하는 외교적 행동이라면 항상 북한에 유화적으로, 아무리 모욕을 받아도 ‘괜찮다, 괜찮다’ 오히려 스스로 변명하는 것이다”며 “몰상식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대북문제 성과 부재 원인을 “지금 미국, 일본, 중국과도 거의 사상 최악의 관계 속에서 북한이 우리에게 부탁할 일이 있을 수 있겠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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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기자 gh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