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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 도입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각 기업이 유례없는 경제위기와 마주했음에도 거듭 추가되는 규제로 기업부담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확대 도입될 경우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28일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집단소송제는 증권 분야에만 적용됐다. 법무부는 집단소송제를 분야에 제한없이 도입하는 방향으로 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일부가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동일한 배상을 받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피해자 50명 이상이 모이면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해진다. 판결 효력은 제외신고를 한 피해자 외에 모두에게 적용된다.
법무부는 또 상법 개정을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일반적 도입에 나선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반사회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 이상의 배상 책임을 묻는 제도다. 현재 일부 분야에 한해 3~5배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상법에 규정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상인’이 △이윤 획득을 위해 악의적으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 △고의나 중과실로 위법행위를 한 경우 등에 적용된다. 여기서 상인이란 상법상 점포 또는 유사한 설비를 갖추고 영업을 하는 자와 회사를 뜻한다
실질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손해의 5배로 설정한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이다. 다만 최종 배상액은 법원이 손해의 정도나 구제 노력, 중과실의 정도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일련의 내용을 둘러싸고 정부와 재계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법무부는 기업의 책임경영 수준 향상이 기대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재계는 소송 남발 등으로 기업경영이 위축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다. 아울러 예상되는 피해가 최근 코로나 사태 등으로 경영난에 직면한 중견·중소 기업들에 집중될 수 있으며 기업 경영 위축으로 취업난 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정부가 입법예고한 ‘집단소송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에 대해 “코로나로 위기 극복에 진력하는 기업들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경제계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은 현재도 형사처벌, 행정제재, 민사소송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면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렵고 소송 대응 여력이 없는 중소, 중견 기업들의 피해가 막대할 것이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책의 우선순위는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이지 기업 경영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제도를 성급히 도입할 때가 결코 아니다”며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무분별한 제도 도입으로 인해 기업들은 위축이 불가피한 실정이며 결국 투자를 안 하고 사람을 뽑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간접피해·손실에 대해 생각을 못하고 자기만의 명분에 빠져 기업을 옥죄는 것은 결국 자충수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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