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규·임금동결한 현대차 노조, 車업계 파급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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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기아차 임단협 긍정적 영향 줄 듯
한국GM 노조, 파업권 확보…노사 입장 팽팽해 교섭 난항 예상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09-27 12:11:40

▲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28일 올해 임단협 합의안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본사. ⓒ스카이데일리

현대자동차 노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합의에 성공하면서 나머지 완성차 업체들의 임단협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파업권을 확보한 한국GM 노조가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보이는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임단협이 원만하게 타결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28일 올해 임단협 합의안 조인식을 열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지난 25일 전체 조합원 4만9598명을 대상으로 기본급 동결과 성과급 150% 등을 담은 잠정 합의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4만4460명 중 52.8%인 2만3479명의 조합원이 찬성하면서 잠정 합의안이 가결됐다.

업계는 친환경차로의 전환과 생산 기술 변화에 따른 자동차 산업 인력 감축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가 고용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번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합의로 당장 같은 그룹 계열사인 기아차 노사의 임단협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아차 노조의 최대 관심사도 일자리 지키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장 신설에 반발하며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사내에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부품 생산을 외부에 맡기면 인력 감축이 뒤따를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기아차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통상 기아차의 임단협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됐던 점을 고려해 현대차의 이번 투표 결과가 기아차의 임단협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아직 실무 교섭을 진행 중이나 협상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태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올해 임단협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이 무산된 데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11월 만료되는 만큼 협상 동력이 사실상 떨어졌다는 평가다.

게다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생산량 조절과 수출 물량 생산 설비 추가 등을 위해 다음 달 18일까지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다행인 것은 최근 소형 S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르노삼성차가 따내면서 해당 물량을 부산공장에서 전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에 생산 절벽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된 르노삼성차는 구조조정 우려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임단협에서도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도 “노사가 한마음으로 XM3의 지속적인 해외 시장 성공을 위해 노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에서 가장 난항이 예상되는 곳은 한국GM이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GM 노사의 임단협과 관련한 쟁의 조정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합법적으로 파업 등의 쟁의 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에 600만원을 더한 성과급(평균 2000만원 이상)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성과급을 내년 1월에 170만원, 내년 8월에 200만원을 각각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GM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게 되면서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됐다.

노조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을 경우 다음달 14일 중앙쟁대위를 열고 투쟁 지침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2일과 13일엔 GM 자본 항의 규탄대회와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이미 이달 초 쟁의권 확보를 위해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선 조합원 80%가 찬성하면서 조합원의 파업 동의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고 조합원의 파업 동의도 갖추면서 사측에 노조 요구안을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할 수 있게 됐다”며 “현대차 노사의 임단협 합의 성공이 한국GM 노사의 올해 임단협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한국GM 노사는 임단협 교섭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