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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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④

백제-북위의 2차 전쟁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0-04 17:26:17

서기 488년(동성10) 동성왕이 대륙으로 직접 군사를 이끌고 건너가면서 백제-북위 2차 전쟁이 벌어졌다.

백제-북위 2차 전쟁

『삼국사기』 동성왕 기록에서 ‘10년(488년) 위(魏)가 병사를 보내 쳐들어왔으나 우리에게 패했다.(魏遣兵來伐爲我所敗)’고 하고 있다. 위는 북위(北魏)를 말한다.

당시 대륙은 남북조시대로 북쪽은 북방 유목민족, 남쪽은 한족이 지배했다. 동성왕 시기 북조는 탁발규(선비족)가 세운 북위(386~534년)고, 남조는 소도성(한족)이 세운 남제(南齊·479~502년)다. 북위가 백제에게 패한 사건은 한반도를 벗어난 지역에서의 백제 활약상을 기술한 『삼국사기』가 남긴 유일한 기록이다. 그럼에도 짤막하게 전쟁 결과만을 전하고 있어 도무지 전후사정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고구려사략』<장수대제기>에 2차 전쟁의 내막이 나온다. ‘56년(488년) … 2월 모대(牟大)는 위(魏)와 단교하고 위의 악행을 남제(南齊)에 알렸다. 등주(登州)를 지키던 장수 이연(李延)이 군사를 이끌고 몰래 섬 중에 있다가 모대가 사냥 나온 소식을 듣고 사로잡으려 했다. 모대가 이를 알아차리고 군병을 보내 맞서 싸우니 이연은 이기지 못하여 군사를 되돌렸다. 모대는 점차로 옛 땅을 되찾으며 북진했다.(長壽五十六年戊辰 … 二月牟大與魏相絶而彰魏惡于南齊故登州守將李延潛師島中聞牟大來獵而欲擒之牟大探知之遣兵相戰延失利而歸牟大漸復北進)’

동성왕은 북위와의 단교를 선언하고 직접 군사를 이끌고 황해바다를 건너 북위 정벌에 나선다. 산동반도에 도착한 동성왕은 등주(登州-산동반도 북쪽, 봉래)를 지키던 북위장수 이연(李延)에게 사냥정보를 흘려 유인한 다음 북위군과 맞싸워 승리한다. 그리고 옛 땅을 되찾으며 북진한다(漸復北進). 옛 땅은 1차 전쟁(484년)때 백제군 모도왕이 북위에 패하며 빼앗긴 백제군의 땅이다.

동성왕, 단일지도체제 확립

당시 북위 정벌에 참가한 백제의 지휘관 이름과 관작명이 『남제서』에 상세히 나온다. 한반도 백제 소속 4명, 대륙 백제군 소속 3명이다. 이들은 승리 전후로 관작을 받는다. 한반도 출신의 관작명은 왕(王)과 후(侯)이다. 지역은 전북의 아착(익산), 불사(전주)와 전남의 면중(광주), 팔중(나주), 도한(고흥), 매로(장흥) 등이다.

▲ 백제-북위 2차 전쟁(488년) : 청하, 광릉 점령 [사진=필자제공]

대륙 출신의 관작명은 태수(太守)이다. 지역은 백제군 관할지인 하북성의 광양(북경), 대방(노룡현), 조선(진황도)이다. 또한 신규로 산동성의 청하(청하현), 강소성의 광릉(양주)이 추가된다. 이들 신규지역은 동성왕이 2차 전쟁에 승리하며 확보한 땅이다.

다만 『남제서』는 관작 수여기록의 앞부분 320자 정도를 삭제한다. 이 중에는 2차 전쟁의 구체적인 내막이 담겨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대륙(중국)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불편한 내용임에 틀림없다. 그렇다고 해서 삭제하면서까지 무얼 감추고자 했는지 심히 유감이다.

특히 동성왕은 백제-북위 2차 전쟁 이듬해인 489년 대왕(大王)의 지위를 확보한다. 『신라사초』<소지명왕기> 기록이다. ‘11년(489년) 10월 모대가 천지에 제사지냈다. 스스로 대왕이라 칭하였다(十一年十月牟大祀天地自稱大王).’ 동성왕은 한반도와 대륙으로 양분된 ‘좌·우현왕’의 분할지도체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스스로 ‘대왕’에 올라 본국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확립한다. 대왕 지위는 백제-북위 2차 전쟁 승리가 가져온 결과물이다.

동성왕이 북위와의 2차 전쟁을 승리하며 확보한 대륙 땅은 산동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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