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노관까지 제거하려했던 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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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마고우 노관까지 제거하려했던 유방

번조선 빼앗은 노관의 부장 위만…위만조선 정통설은 일제사학 잔재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0-06 18:58:14

‘역발산기개세(力拔山氣蓋世)’ 항우에게 일방적으로 밀렸던 유방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대중들은 유방이 발탁한 명장 한신이 항우의 기세를 꺾고 마지막 전투에서 사면초가(四面楚歌) 작전을 실행해 초나라 군사들의 전투의욕을 상실케 한 덕분이라고 흔히들 알고 있다. 그런데 역사서는 사람들의 인식과 사뭇 다른 사실을 말한다.

『한서』고제기(漢書高帝紀)에 “북맥과 연 땅 사람들의 날래고 용맹스러운 기병이 와서 한을 도왔다.(北貉燕人來致梟騎助漢)”라는 기록에 있다. 북맥은 바로 고구리의 전신 북부여로 해모수 단군이 궁지에 몰린 유방에게 막강 기병을 지원했기 때문에 항우를 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흉노로 망명한 노관은 유방의 죽마고우

유방은 얼굴이 새처럼 생겨 고난은 같이 해도 즐거움은 함께 나눌 수 없는 유형의 인물이었다. 그는 통일 후 초왕 한신, 양왕 팽월, 회남왕 경포 등 개국공신 장수들의 재능을 두려워하고 모반을 의심한 나머지 모두 제거해버렸다. 한신과 팽월은 삼족이 멸족 당했다. 팽월의 고기는 소금에 절여져 제후들에게 돌려졌다. 이들의 왕 자리는 왕권강화책으로 유씨(劉氏) 왕족들로 채워졌다.

심지어 유방의 죽마고우(竹馬故友)였던 연왕 노관(盧綰)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두 사람은 생일까지 같으며 부친들끼리도 친구사이였다. 진희의 반란을 조사하던 중 진희와 노관이 모의했다는 밀고가 있자 사실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자를 보내 노관을 호출했지만 두려워해 병을 핑계로 응하지 않자 유방은 더욱 그를 의심하게 됐다.

이즈음 흉노에서 항복해온 자가 “장승이 도망쳐 흉노에 와있는데 연왕 노관이 보냈다고 합니다”고 고하니 유방은 노관이 자신을 배반한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 장수들을 보내 토벌케 하니 노관은 유방에게 사죄와 해명을 위해 장성 아래에서 머물다가 유방이 죽자 흉노로 망명해버렸다. 묵돌은 노관을 동호의 노왕으로 봉했고 그는 1년 후 죽었다.

번조선으로 망명한 위만

노관의 부장 중에 위만(衛滿)이란 자가 있었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상관 노관을 따라가지 않고 따로 북부여로 망명을 신청했으나 해모수 단군이 이를 윤허하지 않았다. 자기 주인을 배신한 것으로 본 것이 아닌가 한다. 여하튼 단군이 그의 망명을 결단해야 할 정도의 인물이었으니 위만은 꽤 중량급 인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 위만이 망명하면서 건넌 패수는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강이다. [사진=필자 제공]

그러던 중 북부여를 구성하는 번조선을 다스리던 기준 왕이 망명을 허락하니 위만은 1000여명의 무리를 이끌고 호복(胡服)을 입고 상투를 틀고 동으로 패수(浿水)를 건너 망명해왔다. 기준 왕은 위만을 박사(博士)로 모시고 상하 운장(雲障)에 봉하고 서부 변경을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참고로 패수와 운장은 낙랑군에 속한 땅이다. 패수는 북부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강이다.

(참조 : 낙랑군의 패수는 하남성 제원시를 흐르는 강)

세력이 커진 위만은 기준 왕에게 “한나라 군사가 열 갈래 길로 나누어 쳐들어오니 들어가서 호위하겠다”고 허위보고했다. 정확한 상황을 알지 못했던 기준 왕이 이를 수락하자 위만은 군대를 이끌고 기준 왕을 공격했다. 방심하고 있던 기준 왕은 정변을 일으킨 위만에게 패해 도망치고 만다.

<북부여기> 2세 모수리 단군 원년 기사에 “정미(BC194) 번조선 왕 기준은 오랫동안 수유에 있으면서 항상 많은 복을 심어 백성들이 매우 풍요로웠다. 뒤에 떠돌이 도적떼인 위만에게 패망한 뒤 해 땅으로 들어가더니(入于海) 돌아오지 않았다”는 기록이 있다. 북부여의 일부인 번조선의 기준 왕이 도적 위만에게 패해 정권을 빼앗겼음을 알 수 있다.

같은 내용이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위만이 공격해 정권을 빼앗자 (기준은) 장수들과 그 좌우 궁인들과 해(海) 땅으로 들어가서 한 땅에 살았고 스스로 한왕(韓王)이라 칭했다. 그 후 왕계는 끊어졌지만 지금도 한 지역사람들은 그를 받들어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衛滿所攻奪, 將其左右宮人走入海居韓地自稱韓王其後絶滅, 今韓人猶有奉其祭祀者.)”고 기록돼 있다.

<후한서 동이전>에는 “처음에 조선왕 기준이 위만에게 패해 남은 군사 수천 명을 데리고 해 땅으로 들어가서(走入海) 마한을 공격해 깨고 자립해 한왕이 됐고 준 이후에 멸망해 마한사람이 다시 진왕이 됐다(初朝鮮王準爲衛滿所破乃將其餘衆數千人走入海攻馬韓破之自立爲韓王準後滅絶馬韓人復自立爲辰王)”는 기록이 있다.

이 날강도 위만이 번조선을 빼앗아 통치했던 것을 위만조선이라 해 기자조선에 이어 단군조선의 정통성을 이었다고 날조한 것이 바로 일제식민사학이다. 그 학맥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강단사학계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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