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내역 첫 국회 제출 선관위, 쌈짓돈처럼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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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지침도 지키지 않아… 공정성 앞세우는 헌법기관 민낯”
“세부지침 마련하지 않고 자의적 기준으로 불투명한 사용”
“새벽에도 업무추진비 사용… 알아보니 해당 음식점 운영시간 아냐”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12 12:03:19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업무추진비 세부내역을 국회에 처음으로 제출했다. 과거 제출을 거부했던 점은 물론 방만하고 허술한 운용도 도마에 올랐다.

12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선관위는 법적근거 없이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적이고 공정한 업무 수행을 이유로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공개로 해왔다. 그러나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와 맞물려 2016년부터 2020년 9월까지의 상임위원, 사무총장(국무위원급), 사무차장(차관급), 실‧국장 등 16개 임원직 사용 내역을 제출했다.

해당 기간에 임원진의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는 2911건(약 6억300만원)이었다. 차관급 이상인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사용 건수는 842건(2억4000만원)이었다. 위원장과 다른 위원들은 비상임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지 않기에 내역에서 제외됐다.

선관위는 업무추진비 운용에서 기획재정부(기재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 지침, 정부 부처의 통상적 관행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기재부 지침은 △법정공휴일 및 토‧일요일 △관할 근무지와 무관한 지역 △비정상시간대(오후 11시 이후 심야시간대) 사용 △업무를 위해 주류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업종에서의 사용 등 경우 사용 불가피성을 입증토록 하고 있다.

이처럼 공휴일 사용 등은 특별한 경우에만 허용되지만 선관위에서는 지나치게 많이 사용됐다. 선관위의 공휴일‧주말 업무추진비 사용 건수는 191건(3800만원)이었다. 기획국장이 33건으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했으며 사무총장이 1285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사용했다. 근무지 외 사용 건수는 상임위원 181건, 사무총장 286건, 사무차장 211건으로 총 1000건(3억원)이 넘었다. 심야시간 사용 건수는 129건(2748만원)이었다.

선관위는 또 50만원 이상 업무추진비 사용 시 대상자 소속 및 성명을 반드시 기재해야 하는 지침도 지키지 않았다. 건당 50만원 이상 사용 건수는 155건(1억3300만원)이었다. 한 번에 사용한 최고금액은 219만3000원이었으며 100만원 이상 사용 사례도 38건(5500만원)으로 매우 많았다. 지침과 달리 대상자는 매우 불분명하게 적혔고 대상자가 아예 기재되지 않은 것도 28건에 달했다.

허위기재 의혹도 있다. 선관위 고위공직자 A씨가 ‘위원회 주요업무 설명 및 협조요청 업무협의회’ 명목으로 새벽 1시26분에 사용한 서울 서초구 소재 B음식점은 밤 10시까지만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카드가 충남 천안, 경기 수원, 서울 서초에서 연속 사용된 사례도 있었다.

박 의원은 “선관위가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다. 방만한 사용과 허술한 관리고 인한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다”며 “선관위는 최고의 중립성, 독립성, 공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헌법기관으로 자금을 투명하게 관리할 세부지침, 개혁방안을 마련해 방만운용을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선관위는 올해 61억6500만원을 포함해 지난 5년 간 264억8400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상임위원,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업무추진비 카드 한도는 설정돼 있지 않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