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OEM’ 창신INC, 회장 자녀회사 부당지원 덜미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E fact > 중견·중기·벤처

해외 계열사 동원해 자녀 회사에 300억 수수료 추가 지급
공정위 “경영권 승계 목적…창신에 385억 과징금·고발조치”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13 14:36:49

▲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신발을 납품하는 ‘창신아이엔씨(INC)’가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가 적발됐다. 사진은 공정거래위원회. ⓒ스카이데일리

나이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신발을 납품하는 ‘창신아이엔씨(INC)’가 회장 자녀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다가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창신INC를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창신INC의 지시로 해외 생산법인들이 서흥을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85억원을 부과하며 교사자인 창신INC를 고발한다고 13일 밝혔다.

서흥은 창신 그룹이 이용하는 신발 자재를 구매 대행하는 계열사다. 자본금은 5000만원에 불과하다. 정환일 회장의 자녀인 정동흔·정효진 씨가 주식의 94.42%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창신INC는 해외 생산 법인에 “서흥에 주는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수수료에 7.2%를 더 얹어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정위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돕기 위해 해외 생산 법인을 통해 부당하게 지원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창신베트남·청도창신·창신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 법인 3곳은 2013년 6월~2016년 6월 총 4588만달러(약 534억원)의 구매 대행 수수료를 서흥에 지급했다. 7%p가량 높은 요율이 적용됐다. 이 기간 서흥은 구매 대행 수수료를 올려 받을 그 어떤 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오히려 해외 생산 법인 3곳은 완전 자본 잠식, 영업이익 적자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서흥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요율을 적용하며 수수료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이 기간 중 해외 생산 법인 3곳이 서흥에 2628만달러(약 305억원)를 더 지급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는 같은 기간 서흥 영업익(687억원)의 44%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창신INC가 해외 생산 법인을 통해 서흥을 부당 지원하며 관련 시장에서의 공정한 거래 질서가 저해됐다고 지적했다. 서흥은 원천 기술이나 특허를 갖지 않은 단순 구매 대행 사업자로 진입 장벽이 낮은 사업을 영위한다. 이 사건의 거래 규모인 1570억원은 OEM 제조사의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시장 거래 총액(연평균 약 4017억원)의 39%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직접적인 관련 시장인 신발 자재 구매 대행 시장에서는 아무런 경쟁 없이 초과 이윤을 누린 서흥의 독점적 지위가 강해졌다”며 “잠재적 경쟁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경쟁 제한 효과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창신INC의 부당 지원 행위가 창신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고 분석했다. 부당 지원 행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서흥은 2015년 4월 창신INC의 주식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등극했다. 2018년 9월 창신INC는 서흥과 합병을 검토하기도 했는데 성사됐다면 창신INC의 최대주주는 정환일 회장에서 그 아들이자 서흥의 최대주주인 정동흔으로 바뀔 수 있었다. 자본금 5000만원짜리 회사를 통해 연매출 1조원의 우량 회사 경영권을 얻는 셈이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주식 대부분을 가진 계열사를 세우고 부당 지원 등으로 해당 계열사의 가치를 극대화한 뒤 해당 계열사를 그룹 내 핵심 계열사와 합병하는 재벌의 경영권 승계 방식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공정위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익명 제보를 통해 2019년 4월 이 사건 조사에 착수한 뒤 조사를 거쳐 올해 3월 전원 회의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조사 기간 창신INC와 서흥 본사는 1회 현장 조사했다. 해외 계열사는 따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