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 가르침대로 분노하면 되는 타이밍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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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민 의원 국감자료

교육부, 고려대 교수 13명 221차례 유흥업소 출입·6693만원 쪼개기 결제 적발
장하성 주중대사 포함… '왜 분노해야 하는가' 책 낸 張 향해 고려대생들 성토
고려대, 퇴직 이유 張 불문 처리… 조국백서 필자 "고대생 타이틀에 똥칠" 비난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19 12:01:00

▲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사진)가 고려대 교수 재직 당시 여종업원이 접대하는 유흥주점에서 법인카드를 부정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소득주도성장을 이끌면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던 장하성 주중대사(전 청와대 정책실장)가 고려대 교수 재직 당시 여종업원이 근무하는 유흥업소에서 대학 법인카드를 부정사용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고려대 법인카드 부당 분할결제 내역 및 교육부의 고려대 종합감사 보고서에 의하면 장 대사를 포함한 고려대 교수 13명은 2016년 3월부터 작년 2월까지 221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유흥업소 2곳에서 6693만원을 결제했다.

장 대사는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고려대 경영대학 학장을 세 차례 연임했고 2010년 총장 선거에 출마해 상위 3명의 최종후보자에 올랐지만 자진 사퇴했다. 2017년 5월부터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작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했다.

장 대사 등이 사용한 법인카드는 연구비, 홍보 등 행정비나 산학협력단 간접비 등 항목으로 처리됐다. 교육부 감사보고서는 해당 업소에 대해 “양주를 팔면서 별도의 룸과 테이블‧소파가 구비돼 있고 여종업원이 손님 테이블에 착석해 술접대 등을 하면서 손님은 기기를 통해 가무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13명 중 12명에 대해 중징계를, 1명에 대해 경고처분을 지시했다. 그러나 고려대는 장 대사에 대해서는 이미 퇴직했다는 이유로 불문 처리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법인카드의 유흥업소 사용과 이른바 ‘카드쪼개기(여러 종류의 법인카드를 나눠 결제하는 수법)’다. 대학 등 공공기관 법인카드는 유흥업소 사용이 불가능한 그린카드다. 그러나 해당 업소는 법인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서양음식점으로 위장돼 운영됐다.

또 장 대사 등 9명은 이들 업소에서 2625만원을 2, 3장의 카드로 91회에 걸쳐 분할결제했다. 2016년 3월 24일 밤 11시 42분 결제 때는 연구비 카드와 행정용 카드로 24만원씩 총 48만원을 계산했다. 두 카드의 결제시간 간격은 30초였다. 정 의원은 “용처가 불투명한 곳일 때 소위 카드쪼개기를 한다”며 “(장 대사) 본인도 부적절한 사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고 했다.

교육부 지침은 물론 고려대 교칙도 법인카드 유흥업소 사용, 카드쪼개기를 금하고 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 전국 대학에 업무추진비 등의 유흥주점 부당사용을 제한했다. 고려대는 2015년 11월 유흥‧단란주점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및 카드쪼개기를 금지하는 법인카드 사용‧관리 지침을 마련했다.

장 대사 의혹이 알려지자 고려대 재학생, 정치권 등은 일제히 분노를 터뜨렸다. 고려대 온라인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존경하는 교수님들이 범죄자였다니, 시험공부 중 현타(현실자각 타임)가 온다”거나 “교수님 가르침대로 분노하면 되는 타이밍일까요” 등 성토가 이어졌다. 장 대사는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5년 ‘왜 분노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내고 부정부패에 대한 청년들의 궐기를 촉구한 바 있다.

야당은 장 대사 사퇴를 촉구했다. 황규환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정체 모를 소득주도성장 합리화를 위해 그토록 목소리를 높이고 ‘모든 국민이 강남에서 살 필요는 없다’고 훈수를 두던 장 대사가 침묵모드에 돌입했다”며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대사는 2018년 9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려고 하는 건 아니다. 살아야 될 이유도 없고 거기에 삶의 터전이 있지도 않고. 저도 거기 살고 있기 때문에 제가 지금 이렇게 말씀드리는 거다”고 주장했다.

다만 장 대사에 대한 고려대의 불문 처리를 두고 그가 직접 유흥주점에 가지 않고 단순히 법인카드만 빌려줬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조국백서 필진인 박지훈 데브퀘스트 대표는 “고대 교수들의 룸살롱 법카(법인카드) 사안은 이미 9월 24일에 나온 종합감사 결과에서 적발된 내용이다”며 “분노할 타이밍에는 꿀 먹고 입 닫고 있다가 장하성 이름 석 자가 나왔다니까 뒤늦게 갑자기 분노가 활활 타오르는 거냐”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위선덩어리 분노쟁이들” “쌍욕지거리가 나온다” “고대생이라는 타이틀에 똥칠한다”는 말도 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