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 리모컨도 없이 통신위성 발사한 軍…우주 미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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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 방사청 자료 근거로 “아나시스2호 1년 넘게 운용 불가”
“혈세 450억 낭비… 무궁화5호 수명 내년까지, 전력공백 우려”
靑은 “미래 바꿀 것” 자찬… 軍 “성능확인 뒤 예산 편성은 정상”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20 12:41:00

▲ 아나시스2호 발사 이틀 뒤인 7월 23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자주국방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 앞에 놓인 모형은 아나시스2호와 중고도무인정찰기(MUAV). [사진=뉴시스]

지난 7월21일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된 우리나라 첫 군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2호의 조종 리모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수백억대 혈세낭비와 더불어 전시행정·전력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군은 7월 F-35A 전투기 도입 과정에서 미 록히드마틴과 체결한 절충교역으로 아나시스2호를 제공받아 궤도안착에 성공했다.

그러나 군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한 사업타당성 조사가 끝나지 않아 정작 아나시스2호를 조종할 단말기 사업 예산은 확보하지 못했다. 해당 예산은 내년도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군은 당초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단계 운용시험평가를 거친 뒤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하려 했지만 일정이 1, 2개월씩 미뤄진 게 원인이었다.

군은 내년 초부터 아나시스2호를 운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이 상태라면 아나시스2호는 1년 넘게 우주 미아 신세가 된다. 아나시스2호의 수명은 12년이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군 전용 통신망을 구축하겠다며 4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위성을 띄워놓고도 사용할 단말기는 없어 우주 어딘가 떠 있을 위성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 실정이다”고 질타했다.

한 의원은 혈세낭비도 문제시했다. 그는 “단순히 계산해도 전력화가 1년 늦어질 경우 1년에 약 375억원, 하루에 약 1억300만원의 감가상각비용이 발생한다”며 “정률법을 적용할 경우 초기에 더 큰 감가상각이 이뤄지므로 초기 1년을 사용 못 한다는 건 450억원 이상의 손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전력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06년 발사돼 현재 운용 중인 무궁화5호(아나시스1호)는 2014년 태양전지판 고장 발생 등으로 인해 자체 전력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예정된 수명도 내년까지라서 무궁화5호 가동 정지 때까지 아나시스2호 단말기가 확보되지 못하면 첩보전력 공백은 불가피하다.

전시행정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아나시스2호 발사 직후 브리핑에서 “한국판 스페이스X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며 “20세기 자동차·조선 산업이 한 국가 경제와 운명을 바꿔놓았듯 우주발사체 산업은 21세기 우리 미래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단말기 확보 실패는 언급되지 않았다.

군은 문제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 의하면 군은 “성능확인 뒤에 양산 예산을 편성하는 건 정상적인 절차다. 예산이 편성되면 실전투입하는 데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는 않을 것이다”며 “새 (단말기) 장비가 들어오기 전까지 기존에 사용하던 무궁화5호 지상체계장비를 통해 (아나시스2호)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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