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위로 떠오른 탈원전 정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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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현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22 00:02:29

‘탈원전’에 대한 쟁점사안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결과를 내놨다. 월성 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가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을 따져달라고 요구한 지 1년1개월 만에 나온 조사 결과다.

또한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보정하지 않고 평가에 사용토록 했다고 밝혔다. 그 결정 과정서 산업부 직원들이 관여했다는 점도 문제로 삼아 경제성 평가의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감사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감사원은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다”며 “안전성이나 지역수용성 등의 문제는 이번 감사 범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 결정의 당부는 이번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번 감사 결과를 월성1호기 즉시 가동 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절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월성 1호기 조기폐쇄’의 문제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감사 결과는 절차적 과정에 문제가 있었냐는 것이지 원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건 아니다”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은 흔들림 없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사실상 탈원전 정책 기조 유지를 이어간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같은 감사결과가 탈원전 정책의 사망선고라고 주장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월성 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동안 원칙을 무시하고 근거도 없이 추진됐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사망선고다”며 “결국 탈원전은 허황된 꿈이었음이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여야 간의 엇갈린 시각차가 극명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감사 결과에 따라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재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은 기술력과 안전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 기조로 상황은 급변했고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의 건설이 백지화에 이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및 노후 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 1호기 폐쇄,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 탈원전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그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했다. 국내 원자력 산업 분야 매출 감소는 몰론, 원전 산업 붕괴, 일자리 감소라는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그 중 월성 1호기는 지난 대선 공약에 추진된 탈원전 정책의 희생 제물로 전락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사실상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직격탄을 맞고 긴축경영에 돌입하기도 했다. 국내 수주를 기대하기 어려워 경영악화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6년 개별 기준 매출액 4조7053억원에서 △2017년 4조3367억원 △2018년 4조1017억원 △2019년 3조7086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하향세를 이어왔다. 설상가상 일감이 절반 이상 감소하면서 가동률은 급격히 떨어졌다.

국내 원전 생태계는 탈원전 가속화로 좌절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아랑곳하지 않고 탈원전 정책 기조 행보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그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감히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번 감사를 토대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정책을 철회하고 국내 원전산업의 활력을 되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창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이창현 chle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