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수사 수장 박순철 “정치가 검찰 덮었다. 검사직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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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이 1000억원대 횡령·사기 등으로 재판받고 있는 것이 라임사태 본질
2차례의 걸친 입장문으로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이 검찰 불신으로 이어져
秋 수사지휘권 발동에 불만 표출…尹 가족 사건 등 수사지휘 선정 경위 의문

김찬주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0-22 11:26:56

▲ 박순철 남부지검장이 22일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며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사진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답변하는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 [사진=뉴시스]

라임자산운용(라임)사태 수사의 총괄 책임자이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견해차를 보이던 박순철 서울 남부지검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박 지검장은 22일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는 글을 올려 “이 사건(라임사태)은 많은 사람에게 1조5000억 상당의 피해를 준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봉현은 1000억원대의 횡령·사기 등 범행으로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본질이다. 그리고 로비 사건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며 “그런데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봉현의 2차례에 걸친 입장문 발표로 그간 라임 수사에 대한 불신과 의혹이 가중되고 있고 나아가 국민들로부터 검찰 불신으로까지 이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지검장은 검찰총장 지휘 배제의 주요 의혹인 검사·야당 정치인 비리에 대하여 검찰총장이 수사 지휘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해 “검사 비리는 이번 김봉현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처음 알았기 때문에 대검에 보고 자체가 없었고 야당 정치인 비리 수사 부분은 5월경 전임 서울남부검사장이 격주마다 열리는 정기 면담에서 면담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총장께 보고했고 그 이후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다. 8월31일, 그간의 수사상황을 신임 반부패부장 등 대검에 보고했다”며 “저를 비롯한 전·현 수사팀도 당연히 수사를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은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 지검장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 지휘에 따라 서울남부지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해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그런데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며 “그러나 이미 지난 주말부터 별도의 전담팀을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수사 지휘에 따라 대검과 상의 없이 독자적으로 엄정하게 수사하는 것만 달라졌을 뿐 진실을 있는 그대로 파헤쳐 나갈 것이다. 수사 지휘 여부와 관계없이 부패범죄에 대해 추호의 망설임도 없어야 하고 이는 검찰의 당연한 임무다”고 강조했다.

또 “검찰총장 가족 등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그 사건 선정 경위와 그간 서울중앙지검의 위 수사에 대해 검찰총장이 스스로 회피해 왔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고 전했다.

박 지검장은 “이번 라임 사건도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돼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다”며 “그런데 정치권과 언론이 각자의 유·불리에 따라 비판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수사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더라도 그 공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정치와 언론이 각자의 프레임에 맞춰 국민들에게 정치검찰로 보여지게 하는 현실도 있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울 뿐이다”며 “정치가 검찰을 덮어 버렸다. 이제 검사직을 내려놓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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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주 기자 cj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