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주 
4년 전으로 거슬러 가보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몰려든 군중들은 분노와 정의감으로 그들의 시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아마 그들이 꿈꾼 세상은 현재보다 정의롭고 공평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촛불을 들지 않았던 상당수 국민도 국가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때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은 그들의 현재 삶이 더 만족스럽게 바뀌었다고 평가하고 있을까.
물론 그 평가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객관적으로 현상을 진단해 보면 국가의 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더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일상의 우울함이 가시지 않는다. 오늘보다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실종되고, 연일 쏟아져 나오는 일그러진 우상들의 작태에 국민적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갈수록 원하지 않는 모습의 국가가 되고 있음에 또 다른 화가 치밀어 오른다.
왜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염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나. 당시 젊은 세대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하던 조어들이 흙수저에 헬조선, N포세대 등이었다. 세상을 향한 조롱과 분노, 좌절이 만들어낸 것으로 이해된다. 뭘 하려고 해도 기성세대들이 모두 독차지하고 있어서 비집고 들어갈 틈새가 없다. 부모 세대의 부(富)가 자식 세대에까지 대물림되면서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노력해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해지는 최초의 자식 세대가 될 것이라는 등 온통 비관적 전망 투성이다.
답답하지만 우리가 처한 현실이고,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점에서 한숨만 나온다. 세상을 뒤집어 판을 다시 짜는 방법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지난 정권에 대한 심판의 의미도 있지만, 촛불을 든 많은 젊은이들은 불공정한 판을 바꾸어 주겠다는 대안(代案) 세력과 한배를 탔다. 아마 그들은 세상이 뒤집혀서 그들에게 더 많은 반전의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을 것이다. 기대엔 크게 미흡하지만 그들의 믿음은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지원에 힘입어 대안 세력으로 집권에 성공한 현 정권이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그것은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가진 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면서 이들이 누리고 있는 기득권을 내려놓도록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반(反)시장·기업이자 친(親)노동·소득 주도이다. 일면 그럴듯한 방향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경제가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지지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문제는 국가의 파이가 지속해서 늘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가지고 있는 파이만으로 나누어야 하는 부작용이 생겨난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반사적으로 반대편에 있는 자들의 저항과 반발이 극렬해지기 마련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자연발생적으로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게 된다. 곳간이 비더라도 정권을 지탱해주는 무리를 달래기 위한 선심성 퍼주기가 갈수록 극성을 부린다. 이런 사탕발림이 남발되고 익숙해지면 국가 구성원들 간의 위화감은 더 커진다. 필연적으로 사회는 분열을 거듭하고, 내부에 축적된 신뢰 자본은 계속 고갈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자본의 회복, 분열과 대립은 한국이 남보다 먼저 죽는 길
또 하나 어두운 그림자는 촛불의 순수성에 대한 의구심이다. 다수 젊은이들이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는 바람과 다르게 돌아가는 세상 형편은 거꾸로다. 세상 뒤집기의 수단은 기득권 허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것은 모두 부정적이고 새로운 것이 긍정이고 정당하다는 신념이 크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의도가 성장 동력으로 연결되면서 국가의 부가 창출되고 청년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다면 딱히 부정할 명분도 없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정확하게 반대의 경우다.
특정 지역과 인맥 혹은 학맥의 연결고리를 가진 불순한 세력들이 차제에 한탕을 하려고 벌떼처럼 덤벼든다는 구설수가 멈추지 않는다. 난무하는 부정과 비리, 불법과 편법은 여전하다. 국론은 사분오열되고, 국민은 힘이 빠진다. 다른 나라와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우위를 확보하고, 먹고 사는 파이를 만들어가는 국가가 맞는지 심히 의심스럽다. 바꾸어서 만들어지는 세상에 나눌 수 있는 파이는 적어지고, 그것마저도 소수 이기적인 집단에 의해 독점된다면 역사는 다시 후퇴한다.
우리끼리 안방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 하는 사이 외부 세계는 우리를 멀찌감치 따돌리려고 분주하게 움직인다. 중국은 코로나 위기로부터 빠르게 벗어나면서 V자 회복의 선두주자로 올라서고 있다. ‘국내 대순환(大循環)’이라는 화두를 꺼내 들면서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패러다임을 급선회하고 있다.
10년 내 경제력에서 미국을 따라잡겠다고 고삐를 죈다. 중국 인민의 콧대마저 기고만장해지면서 주변국을 노골적으로 우습게 본다. 일본은 정권 교체를 통해 고질적인 아날로그 경제로부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한편으론 동남아 시장을 일본의 제2 내수시장으로 만들기 위한 지혜를 모은다. 동남아 국가들은 코로나로 인해 생겨나고 있는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 과정에서 이득을 챙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미국은 우리와 사사건건 엇박자를 내면서 의식적으로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일본과는 계속 평행선이고, 북한은 우리를 상대로 보지 않는다. 안에서는 사분오열로 국력이 쪼개지고, 바깥세상에서 우리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상태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하다. 아무리 촛불을 높이, 그리고 자주 든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세상이 오지 않는다. 혁명하지 않고서는 세상이 하루아침에 그리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진실은 늘 하나다. 역사는 긴 시간을 통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며,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바쁘다고 하더라도 실을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는 것이다. 포퓰리즘에 휘둘려 사회주의나 전체주의를 용인했던 국가들 대부분이 결국 깡통을 찼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불균형이나 불공평도 점진적 파이의 확대를 통해 기울기를 줄여나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튀어나오는 것은 필연이며, 궁극에는 두 쪽이 다 망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런 과정을 통해 중산층을 확대해 가면서 갈등 구조를 극복해 나간다. 우리같이 좁은 땅 덩어리에 상대적으로 인구는 많고, 자원이 빈약하면 개인적인 탐욕은 억제하면서 더 지혜로와야 한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신뢰이며, 이를 통해 힘을 결집하는 것이다. 분열과 대립은 가장 먼저 죽는 길이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1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