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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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⑦

동성왕의 죽음에 얽힌 비밀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0-28 16:40:56

대륙을 호령한 정복군주 동성왕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살펴본다.

서기 501년(동성23) 동성왕은 위사좌평 백가(苩加)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한다. 이는 이전 문주왕이 478년 병관좌평 해구(解仇)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한 경우와 유사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해구는 문주왕의 경쟁자이지만 백가는 동성왕의 최측근으로 지금의 경호실장격인 위사좌평이다. 백가가 동성왕을 살해한 이유는 무엇일까?

측근 백가를 내친 동성왕

동성왕은 488년과 490년 두 차례 북위와의 전쟁을 모두 승리로 이끌며 대륙 산동반도를 백제 영토로 흡수하는 등 최고의 절정기를 맞는다. 이어 493년 신라귀족 이찬 비지의 딸 요황(瑤黃)을 왕비로 맞아들이며 신라와의 관계도 돈독히 한다.

하지만 498년이 되면서 동성왕은 무진주(전남 광주) 순행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돌변한다. 동성왕은 499년 흉년과 전염병으로 백성들의 삶이 곤궁해짐에도 이를 외면한 채, 500년에 임류각을 짓고 방탕한 생활에 빠진다. 이때 동성왕은 백가를 위사좌평에서 파면해 가림성(충남 임천) 성주로 좌천시킨다.

『삼국사기』는 ‘처음 왕이 백가에게 가림성을 지키게 하였는데 백가가 가기를 원치 않아 병을 이유로 사직하였으나 왕이 허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백가는 원한을 품었다.[初王以苩加鎭加林城加不欲往辭以疾王不許是以怨王]’고 기록한다. 다시 말해 백가가 동성왕을 살해한 직접적인 동기는 가림성 성주로의 좌천이다.

백가 부녀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

동성왕은 무슨 연유로 최측근 백가를 좌천시켰을까? 『신라사초』 기록에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동성왕은 백가의 딸이 미녀라는 소문을 듣고 불러들이자 백가는 딸의 얼굴에 진흙을 발라 추녀로 보이게 해 동성왕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 그러나 잠자리에서 이내 곱고 하얀 피부가 드러나고 동성왕은 백가의 딸을 취하고 또한 총애한다. 이에 백가는 딸을 원망하며 죽이려하자 딸은 동성왕에게 아비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하소연한다. 딸의 고변을 들은 동성왕은 백가를 가차없이 가림성 성주로 좌천시킨다. 결국 백가 부녀의 갈등이 엉뚱하게도 동성왕에게 불똥이 튄 셈이다.

동성왕에게는 시대적 사명이 있다. 백제의 재건이다. 백제는 한성을 소실하면서 정치, 경제의 모든 기반을 잃고 쪼그라들었다. 웅진(공주)에 새로이 터전을 마련했지만 국력은 더욱 약화되고 왕권 또한 매우 불안했다. 동성왕은 왕위계승 서열상 적통이 아니다. 그러나 야마토 왕가(웅략왕)와 백제 지도층은 동성왕을 선택했다. 그 선택은 적중해 동성왕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임을 훌륭히 수행한다. 중앙집권제가 강화되고 백제의 국력은 날로 커졌다. 그 힘은 한반도를 뛰어넘어 대륙에까지 힘차게 뻗어나갔다.

동성왕은 대륙을 정복하고 호령한 위대한 정복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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