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상반기 실적 호조에도 뒷말 나오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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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속 영업이익 흑자 전환해 작년 부진 탈출 불구
의료자문 4건 중 한 건 꼴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해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03 16:00:25

▲ 한화생명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중 의료자문을 거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화생명 63빌딩 모습. ⓒ스카이데일리

국내 생명보험업계 2위인 한화생명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가운데 의료자문을 거쳐서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올린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자칫 보험산업 전반의 신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1년간 의료자문 거친 보험금 부지급 최다

3일 생명보험협회(생보협회)가 공개한 각사의 의료자문 현황 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화생명은 총 83만9516건의 보험금 청구 중 1761건(0.21%)에 대해 의료자문을 실시했다. 이 결과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451건(25.61%)으로 의료자문 4건 중 한 건 꼴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건수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일부 지급 건수도 817건(46.39%)으로 의료자문을 실시한 경우 가운데 72%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생보업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의료자문에 따른 보험금 미지급이나 일부 지급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화생명의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건수는 올해 1분기 427건(보험계약 10만건당 3.59건), 2분기 455건(3.87건)으로 생보업계 상위권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에도 한화생명의 의료자문을 거친 보험금 부지급 건수가 가장 많았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은 보험금 청구 총 85만1354건 중 2002건(0.24%)에 대해 의료자문을 실시해 이중 643건(32.12%)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일부 지급한 898건(44.86%)과 합치면 의료자문 실시 건수 4건 중 3건 꼴로 보험금을 깎거나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같은 기간 보험금 지급 관련 민원건수는 3분기 522건(보험계약 10만건당 4.47건), 4분기 510건(4.38건)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의료자문을 거친 보험금 부지급률(일부 지급 포함)이 2017년 79%, 2018년 78%, 2019년 77%로 3년 연속 업계 1위를 기록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제도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간 보험금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당 사안이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보험계약자가 치료한 병원이 아닌 제3의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사로부터 객관적인 답을 구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서 보험사가 유리한 자문 결과를 받아 보험금 감액 또는 미지급의 근거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금감원)은 소비자의 알권리 강화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의료자문과 관련 공시를 관련 협회 소비자포털에 게시하도록 했다.

김병욱 의원은 “보험사가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보험국장도 “보험사가 불법적인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삭감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며 “소비자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보험산업 불신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에도 한화생명 실적 호조

이런 논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상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화생명은 올해 상반기 좋은 실적을 나타냈다. 작년 상반기보다 88.2% 증가한 17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1436억원으로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지난해의 부진을 씻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의 실적은 2017년 정점을 찍었다. 매출이 17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 5924억원, 당기순이익 5255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러나 다음해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2018년에는 매출이 1조원 이상 줄어든 15조2543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반토막난 2953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소폭 반등해 16조원을 넘었지만, 139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도 2018년 3593억원에서 1146억원으로 쪼그라 들었다.

한편 한화생명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35)씨가 상무로 재직 중이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