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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아직 추격자의 입장이에요.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국가로 발전했지만 비중으로 따져보면 2%도 채 안 되는 규모라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Big Pharmaceutical Company)’를 부지런히 따라가야 할 입장이죠. 빠르게 가야하는 만큼 산업과 정책이 협력하고 조화를 이뤄야 해요. 각 기업이 노력하는 것과 동시에 규제 혁파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거죠. 관계 부처를 통일시키는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래 유망사업 중 하나인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 경제 미래를 책임질 주요 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부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영국 등 해외 주요국처럼 신규 규제가 만들어질 경우 예전 규제를 삭제하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은 40여년 전에 만들어진 규제부터 최근에 만들어진 규제가 어지럽게 섞여 있는 환경 아래서 경영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규제가 우리 산업의 빠른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입장이다.
“급변하는 제약·바이오시장…과감한 규제해소로 기업이 뛰어노는 환경 만들어야”
미래 유망사업 중 하나인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한민국 경제 미래를 책임질 주요 산업으로 지목된다. 인구 고령화,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건강한 삶에 대한 수요가 늘며 제약·바이오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경제적 가치도 연일 부각되고 있다. 동아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등 주요 제약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삼성, SK 등 주요 기업이 제약·바이오산업에 뛰어든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우리나라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생산량 기준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2% 남짓하며 소위 ‘블록버스터’ 약품을 자체적으로 개발·생산한 경험도 없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는 얘기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과감히 규제를 풀어내고 기업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좋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고 봐요. 특히 코로나19 사태서 방역이라는 관점과 체외진단 의료기기 측면 등에서 부각됐는데 가슴 뿌듯한 걸 느끼기도 했죠.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발전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봐요. 의미 있는 경험을 한 만큼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면 좋겠어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의 연구개발(R&D) 투자액을 보면 세계 주요국과 견주어 봐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에요. 난이도 높은 과제에 대한 답을 계속 찾아내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 등도 개발되고 있죠. 다만 기술이 산업으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어야 산업 전반이 탄력을 받을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선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혁신이 필수죠. 우리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발주자와의 격차도 벌려야 해요. 당장 중국, 베트남 등만 봐도 산업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규제 네거티브로 가고 있어요. 우리가 규제에 발목잡혀있을 시간이 없다는 거죠.”
“그동안 산업계는 내심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요. 정부가 나서면 규제가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부는 특정한 판만 깔아주고 나머지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식으로 산업이 발전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정부가 산업 전반을 드라이브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는 지났거든요. 기업과 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여야 해요.”
“이번 코로나 사태 대응방식만 봐도 규제해소의 필요성을 엿볼 수 있어요. 코로나가 터지자 정부는 곧장 산업계와 소통을 했는데 신속한 승인을 약속하며 대응체계를 구축했죠. 산업계가 재빠르게 움직였고 정부는 규제를 혁신적으로 풀어줬어요. 우리나라는 선도적으로 코로나 진단키트 등을 출시했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을 한 층 드높일 수 있었죠.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가 기업들의 판을 깔아주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임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 부회장은 한시적으로라도 유관부처를 통합한 일종의 거버넌스(Governance·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를 운영해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비단 제약·바이오뿐만 아니라 화학, 제조, IT 등 수많은 기술과 산업이 얽혀있는 분야다. 이런 만큼 과거의 운영방식만으로는 신산업 혁신을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질병관리청 등 다양한 유관부처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문제는 각 부처가 각자 자기 일만 하고 있다는 거죠. 빠르게 치고 나가야하는데 정책적 부분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경향이 있어요. 기업과 산업 입장에서는 답답한 측면이 있죠.”
“시장의 흐름은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단순히 제약·바이오로만 한정해선 곤란해요. 미국 등 주요국은 데이터와 IT기술을 접목해 신약개발에 나서고 있으며 신약 디자인과 임상실험 등을 인공지능(AI)로 진행하기도 하죠. 원격진료 등도 빠르게 도입되고 있고요. 우리나라도 빠르게 움직여야 해요. 하느냐마느냐로 고민할 게 아니라 일단은 ‘하자’로 결정내린 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 논의하면서 보완해나가야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어요.”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일종의 거버넌스를 운영하며 합의점을 도출하고 여기에 맞춰 로드맵을 세우고 정책방향을 제시해야 해요.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을 조망하자는 거죠. 거버넌스 운영이 효과적이라면 계속 운영하는 것도 좋고요. 세상은 분명 빠르게 변하고 있고 예전의 운영방식으로는 복잡하고 과감한 로드맵을 그릴 수 없어요. 코로나라는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빠르게 결정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봐요.”
“기업과 벤처, 건전한 생태계 구축…우리 기업 강점 살려 글로벌 제약강국 토대 다져야”
이 부회장은 우리 산업계가 각자의 위치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면서도 건전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요 제약사와 벤처기업이 협업하며 각자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주요 기업들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번 코로나 사태서 우리가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던 배경 중 하나는 벤처들이 순발력있게 움직였던 점이에요. 벤처들이 R&D를 통해 제품을 빠르게 냈고 정부와 주요 기업 등이 생산영역을 책임진 거죠.”
“저는 벤처가 기술을 개발하고 M&A 등을 통해 주요 제약사가 해당 기술과 인력을 흡수하는 구조를 건전한 생태계로 바라봐요. 신약·신기술 개발은 비용부담 등에서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벤처들이 이를 감수하는 대신 대형제약사들이 벤처를 흡수해 기술을 산업으로 활용하는 거죠. 일련의 행위를 소위 ‘먹튀’로 인식하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당장 IT산업만 봐도 대기업이 벤처를 흡수하는 생태계가 정착돼 있잖아요. 산업 전반이 보다 성숙해질 필요는 있지만 주요 제약사가 M&A로 벤처를 흡수하는 방식은 해외 빅파마들도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에요.”
“삼성이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봐요. 삼성은 자신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어요. 제조분야에 강점을 가진 만큼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구축했죠. 제조업 공정을 완벽히 가져간 거에요. 기술적인 부분의 경우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하는 거죠.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기술 개발에 나서기보다는 좋은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거에요. 아울러 국내 벤처와도 공생하는 거죠. 저는 삼성이 좋은 전략을 세웠다고 봐요”
“삼성과 셀트리온 등이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점도 주목할 부분이죠. 올해와 내년 블록버스터급 바이오의약품들의 특허가 거의 만료돼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거죠. 바이오시밀러 역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거고 누가 먼저 해당 시장을 선점하느냐 인데 삼성과 셀트리온이 생산성, 가격경쟁력 측면 등에서 우위를 점한 건 상당히 긍정적이죠.”
이 부회장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역사가 2015년 한미약품의 라이센싱 아웃(기술 수출) 전후로 나뉜다고 강조했다. 비로소 우리의 기술이 제약·바이오 선진국에서 인정했다는 얘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아직 우리 산업이 신약 개발과 상업화라는 단계를 밟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해당 고지만 넘어선다면 우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가치는 분명하지만 결국은 복제약이라는 한계가 있어요. 이런 만큼 자체적으로 신약 개발에 나설 필요가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자체적인 신약개발과 더불어 시장에 론칭한 경험이 없어요. 다만 라이센싱 아웃 등이 활발히 이뤄진 점에 비춰보면 신약개발 분야에 있어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다고는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산업은 2015년 한미약품의 라이센싱 아웃 전후로 나눠져요.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적어도 라이센싱 아웃을 했다는 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얘기거든요. 라이센싱 아웃을 토대로 기초체력을 기르고 신약개발 고지를 밟는다면 우리 산업은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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