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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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영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0 00:02:11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손 안에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는 모습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게임을 하거나 소통을 위한 SNS, 메시지 등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유튜브 등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영상 콘텐츠의 인기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지난달 8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모바일인덱스를 통해 ‘유튜브 앱 사용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9월 국내 사용자수가 4319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 5178만명 중 83%에 달하는 수치다.

이처럼 영상 콘텐츠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게 된 데에는 시·청각 등 다양한 감각을 사용해 재미있는 스토리와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전달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가 무방비 상태로 수용하다 보니 자칫 자극적인 표현으로 치장된 허위 사실, 비방 등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우려가 심각한 문제로 발전된 경우가 최근 발생했다. 자동차 전문 유튜브 채널인 ‘오토포스트’가 현대자동차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었던 현대차는 6일 서울중앙지법에 해당 유튜브 채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현대차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오토포스트가 게재한 영상 콘텐츠 속에 현대차 생산 공장에서 품질 불량과 부조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허위 사실이 담겼기 때문이다.

앞서 7월 30일 오토포스트는 영상 콘텐츠에서 현대차 내부 고발자라는 익명의 제보자를 소개했다. 그는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생산된 신차와 관련해 모든 부분을 다 검수하는 사람이었다”며 “신형 GV80 차량의 검수 과정에 문짝 가죽 부분의 하자를 발견하고 이를 현대차 생산 공장 직원들에게 알려줬는데 현대차 직원들은 승진을 위해 이를 묵살하고 해당 불량을 내가 냈다고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현대차는 오토포스트 편집장이 인터뷰 과정에서 제보자가 외부 협력업체에서 한시적으로 파견한 인력인 것을 알면서도 ‘현대차 생산 관련 근무를 하다가 해고당한 내부 고발자’라는 표현을 자막과 제목에 반복적으로 노출한 점을 지적하며 악의적으로 비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봤다.

또 제보자의 입을 빌려 마치 현대차 직원이 회사에서 생산된 여러 종류의 차종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비난을 쏟아낸 것처럼 교묘하게 편집해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 해당 영상의 조회수는 현재 180만회를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보자는 GV80 스티어링휠 부품 품질 점검을 위해 납품사로부터 한시적으로 파견 받은 근로자다. 현대차는 올해 7월 GV80 차량의 도어트림에 부착된 비닐 포장을 들춰내고 내부 가죽을 손톱으로 훼손하던 제보자를 현장에서 적발했다.

앞서 제보자는 5월 GV80 차량의 도어트림 가죽 주름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등 수차례 자신의 업무인 스티어링휠 부품 품질 확인 업무와 무관한 도어트림 가죽 품질 문제를 신고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당시 도어트림 납품사인 덕양산업은 제보자의 신고 내용과 달리 긁히거나 파이는 등 인위적인 자국에 의한 불량인 것을 확인하고 부품 전수 점검을 실시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해당 불량은 제보자가 근무하는 날에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보자의 손괴 행위를 적발한 현대차는 덕양산업에 즉시 통보했고 협력업체는 제보자의 현대차 출입을 제한하고 계약도 갱신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덕양산업은 8월 제보자에 대해 재물손괴와 업무 방해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제보자는 불구속 기소돼 조만간 울산지법에서 첫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제보자가 제품 불량 적발 실적을 올리려고 일부러 차량 가죽을 훼손했다가 적발된 뒤 계약이 종료된 것에 앙심을 품고 오토포스트에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현대차는 유튜브 채널 등에서 허위 영상물 유포와 같은 악의적인 비방을 일삼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 결코 좌시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현대차가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판단하고 강경 대응에 나서기로 결정한 것으로 내다 봤다. 이어 기존 고객은 물론 잠재 고객에게도 실체 없는 불안감을 조성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와 자극적인 표현이 담긴 영상 콘텐츠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특정 대상에 대한 허위 사실이 잘못 뿌리내리면 그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걷잡을 수 없이 크게 자라나게 된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유튜브 채널에서 퍼뜨린 허위 사실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차의 아성을 위협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유튜브와 관련자들은 언론 못지 않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인지하고 허위 사실이 아닌 올바른 정보가 소통될 수 있는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