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흑자에 말 바꾼 한전 “탈원전, 적자원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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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분기 실적 보도자료 “원전이용률 대폭 상승에 영업이익 개선”
이번 보도자료 “원전가동률 감소가 적자 원인 주장, 근거 없음 입증”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12 17:54:41

▲ 한국전력공사가 3분기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최근 2년간의 적자 원인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한국전력공사. ⓒ스카이데일리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연결) 3조1526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늪에 허덕이던 지난해 실적에서 크게 반등한 모습이다. 한전은 국제 유가 하락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가동을 줄인 것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한전은 지난해 2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주요 원인은 원전이용률 대폭 상승 등으로 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구입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다”고 밝힌 바 있다. 원전 가동 확대를 실적 개선 배경으로 지목한 지 1년여 만에 배치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 셈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14.7% 증가했다고 12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43조8770억원으로 0.8% 줄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국제 연료가격 하락이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누적 연료비는 11조5516억원으로 전년 대비 16.5% 줄었다. 전력구입비는 11.6% 줄어든 12조1736억원이다. 전체 영업비용에서 국제 연료가격의 영향을 받는 연료·전력구입비로만 약 3조9000억원을 아꼈다는 얘기다.

전력구입비는 민간 발전사로부터의 구입량이 1.1% 늘었음에도 유가 약세 등으로 전체적으로는 하락세를 기록했다. 올해 9월 말까지 평균 전력시장가격은 ㎾h당 73.1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1.1% 감소했다. 여기엔 유가, 액화천연가스 등의 가격이 반영된다.

한전은 “원전 가동은 지난해 유사한 수준이나 저유가에 따른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감소 효과가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에 따르면 1~3분기 원전 이용률은 73.8%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5%보다 0.7%p 줄었다.

그러면서 한전은 “이로써 2018년, 2019년 한전 적자는 저유가로 인한 것이며 일각에서 ‘정부가 탈원전 정책 추진으로 원전가동을 줄인 것이 한전 적자의 원인’이라고 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최근 2년간의 실적부진과 탈원전은 관계없고 유가 등락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 셈이다.

그런데 한전은 2분기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한전의 자체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개선된 주요 원인은 원전이용률 대폭 상승과 발전용 LNG가 하락 등으로 발전 자회사 연료비와 민간구입비가 5000억원 감소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또 “2분기 영업손실이 감소한 주요 항목별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며 “지난해 예방정비일수 증가로 하락했던 원전이용률은 대규모 예방정비의 종료로 82.8%까지 대폭 상승했고 이로 인해 발전자회사의 연료비는 3000억원 감소했다”고도 밝혔다.

불과 1년여 전에 원전가동률과 실적의 상관관계를 스스로 설명한 셈이다. 한전은 이번 보도자료에서도 실적과 원전가동률의 상관관계를 간접적으로 증명했다. 한전은 1~3분기 중 원전으로 생산한 전력 구입량이 신고리 4호기 준공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3분기까지 한전의 누적 전기 판매수익은 1.0% 감소한 41조6194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전력 판매량이 2.5% 하락한 탓이다.

반면 감가상각비와 수선유지비 등을 포함한 운영비용은 전년 대비 약 6865억원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한전은 실적 보도자료 중 ‘4분기 경영개선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 항목을 통해 전기요금 체계 개편 등을 언급했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대·내외 경영여건 불확실성 증가에 유의하면서 연초부터 ‘그룹사 재무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료비 절감, 대내외 재무 이슈 중점 점검 및 대응 등 그룹사 전체의 전력공급비용 집행 효율성 제고와 수익 개선을 지속 추진해오고 있다”며 “회사 경영 여건이 국제 유가·환율 변동 등에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추진해 요금 결정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재생에너지 확대, 탄소 중립 이행 등을 위해 망 투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저탄소·친환경 중심 해외사업 개발, 자금 조달,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개선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대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