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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학대학(평양의대) 당위원회의 반당(反黨)․반사회주의 행위를 공개 비난해 눈길을 끈 가운데 해당 사건이 남한 의료물품 반입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17일 “평양의대 당위원회가 남한 의료기기 반입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요덕수용소) 출신으로 1992년 남한에 입국한 강 대표는 북한 내 정보유입 사업을 하면서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대북정책 기조를 제안한 바 있는 북한 전문가다.
강 대표는 북한에 반입된 남한 의료물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평양의대 당위원회가 이를 어떻게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함구했다. 다만 올해 중순께 국내 민간단체가 정부 승인을 얻어 북한에 전달하는 등 다양한 루트로 북한에 유입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물품을 사용하거나 빼돌리다가 적발된 것으로 추정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4월 언론에 “(대북지원) 요건을 갖춘 단체 1곳에 대해 3월 31일 반출 승인이 이뤄졌다”며 “지원물품은 1억원 상당의 손소독제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5월 “소독제가 이달 초순 북쪽에 전달된 것으로 안다. 2억원 상당의 방호복 2만벌은 (전달이) 진행단계다”고 설명했다. 관련 재원은 단체가 자제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독제 반입을 승인했던 김 위원장은 돌연 한국산 의료기기 사용에 대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에서 남한 상표가 붙은 한국산 상품을 적발해 불사르는 등 대남 적대시 운동이 근래 전개되고 있다며 8월에는 남한 상표가 붙은 한국제품을 반입한 죄목으로 신의주 세관원 수십명이 숙청됐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또 중국 단둥에 거주하는 대북 무역상인을 인용해 “남한 의료장비가 들어오면 오히려 김정은의 (코로나19 방역) 업적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2월 자체 개발했다며 코로나19 마스크․의약품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산 의료물품은 관영 방송에서 실수로 노출될 정도로 공공연하게 사용되고 있다. 3월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코로나19 진료 현장 영상에서는 우리 업체인 유한킴벌리 상호가 새겨진 마스크를 쓴 의료진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에 흘러들어간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작년 9월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평안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산 가정용 의료기기를 사려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평성시장에서 팔리는 한국산 의료기기들은 중국산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지만 주민들은 한국산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탈북민 최초로 남한 치과의사면허를 취득한 이모 씨도 지난달 31일 통일구강보건의료포럼 발표회에서 평양 류경구강병원 의사들이 자택에 시술소를 차려놓고 한국산 치과재료를 몰래 쓴다고 밝혔다. 류경구강병원은 김 위원장이 2013년 시찰하고 직접 이름을 지어줄 정도로 애착을 가져왔던 병원이다.
평양의대 당위원회가 처벌받은 원인이 마스크․손소독제 등 한국산 의료물품을 사용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해당 물품들을 몰래 빼돌려 장마당(시장)에 팔았기 때문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평양 인민반장(동장) 출신의 A씨는 “북한에서는 월급만으로는 살 수 없어 당간부들이 국가물자를 빼돌리는 게 일상이기에 둘 다일 수 있다”고 했다.
16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0차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보도했다. 또 “회의에서는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를 감행한 평양의대 당위원회와 이에 대한 당적 지도 등을 강화하지 않은 당 중앙위 해당 부서 등의 극심한 직무태만 행위가 신랄히 비판됐다”며 “반당적, 반인민적, 반사회주의적 행위들을 뿌리 빼야 한다”고 전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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