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마켓 중고차 시장, 경쟁은 필수불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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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4 00:02:15

국내 중고차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러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주요 플랫폼 업체가 이미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도 진입 규제가 풀리는 대로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인 쏘카는 중고차를 미리 타보고 직접 검증한 후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캐스팅’을 내놨다. 쏘카 앱에 캐스팅 메뉴를 추가한 형태로 지난 10월 19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존 업체들의 반격도 매섭다. 엔카와 K카, AJ셀카 등 중고차 업체들은 네이버와 손잡고 ‘마이카’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용자가 자신의 자동차 정보를 입력하면 시세 등을 보여주는 서비스다. 중고차 플랫폼 리본카는 전문가가 보증하는 중고차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설명하고 판매하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현대차 역시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공산이 크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에선 규제에 가로막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지만 미국과 캐나다, 러시아, 인도, 유럽 등 해외에선 이미 신차와 함께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미국에선 연식 5년, 운행거리 6만마일 이내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유럽에선 연식 5년, 운행거리 12만km 이내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가 이미 ‘인증 중고차’ 사업을 통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해 있는 만큼 규제가 풀리는 대로 즉시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여러 기업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거나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는 건 그만큼 중고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8년까지만 해도 180만건이었던 국내 중고차 거래 건수는 지난해 370만건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국내 신차 판매량이 180만건임을 감안하면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도 밝다.

여러 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 사이에선 우려와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그럼에도 중고차 시장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독과점 폐해와 가격 상승 우려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오히려 대기업 진출을 옹호하고 있어서다. 그만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컸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 한국경제연구원이 중고차 시장 인식을 조사한 결과 76.4%가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답했다. 차량 상태 불신부터 허위·미끼 매물, 낮은 가성비, 판매자 불신 등이 주된 이유였다. 2013년부터 6년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수천여개에 달하는 영세업체들이 난립한 채 운영돼 온 중고차 시장의 현실이다. 중고차 시장 스스로 자정할 기회가 많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투명한 거래시장이 될 거라는 소비자 기대는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완성차 업체를 비롯한 여러 기업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오히려 중고차 시장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확립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기업 간 치열한 경쟁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다만 그 과정에서 대기업이나 플랫폼 기업이 주요 거래를 독점할 때 발생하는 독과점 폐해를 막아 소비자후생을 높이고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와의 상생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투명한 경쟁을 촉진시키되 중고차 판매 과정에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불법·부정행위에 대해선 지금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