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은 기본권 강화 아닌 ‘노조특권’ 강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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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 개최…노조법 개정안 문제점 등 논의
“노조법 개정안 입법 시 노사간 힘 불균형 심화…기업 경쟁력에 부담”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4 15:03:12

▲ 경총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교환하기 위해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손경식 회장. ⓒ스카이데일리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와 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지난 7월 노사정협약을 체결했고 기업의 세부담 완화, 규제 완화, 유연근무제 보완 입법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법·제도 정비는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경영과 투자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이 국회에 많이 제출되어 있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24일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에서 이처럼 밝혔다. 경총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 개선 방안 등을 교환하기 위해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

손 회장은 이어 “경영계가 우려하는 법안 중의 하나는 정부와 여당의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개정(안)이다”며 “우리나라 노사관계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해고자·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입법된다면 노사간 힘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돼 산업과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고자·실업자가 기업별노조에 가입하여 활동할 경우 노조측으로 힘쏠림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단체교섭 의제도 기업 내부 문제를 벗어나 정치적·사회적 이슈까지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만약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해고자·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이 불가피하다면 노조 단결권 강화에 상응하는 사용자 대항권도 국제 수준에 맞게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사용자에게는 파업에 대한 대항수단으로 대체근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시 사업장을 점거하는 행위도 금지해야 한다”며 “사용자에게만 부과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직접적 형사처벌 규정을 삭제하고 노조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손 회장은 “노조전임자 급여는 회사의 지원 없이 노조 스스로 부담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와 노조의 ‘자주성’ 원칙에 부합한다”며 노조 전임자급여 지급금지 규정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지난 8월 개최한 주한 EU 대사단 초청 경총 회장단 간담회에서도 “한-EU FTA 내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 조항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이 사안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한국 내의 협력적 노사관계 확립과 노동법·제도 선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과 “EU측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국내 사정을 이해해 주고 우리나라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해와 인내로써 도와주길 부탁한 바 있다”고 설명한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자문위에서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은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조법 개정안의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박 교수는 기업별 노조 임원 자격 문제와 관련해 “임원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정한 정부안은 국제기준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전문가들은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은 한 노조의 시위 현장. ⓒ스카이데일리

그러면서 “ILO는 규정상 허용된 감시절차를 통해 우리 입법·사법·행정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므로 앞으로 여러 분야에 걸쳐 쟁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예상할 수 있는 쟁점들을 잘 정리하고 그에 대해 정부의 입장과 노사의 입장을 명확히 해 ILO의 일방적 판단에 좌우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으로는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 김태기 단국대 교수, 류재우 국민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이 중 남성일 교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고 기업활동은 더욱 위축시켜 일자리 감소는 물론 나라경제를 전반적으로 쇠퇴시킬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태기 교수는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 강화가 아닌 노조특권 강화법으로 판단된다”며 “한국 노동조합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노조의 이러한 특권은 노사관계 불안은 물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절 등 노동시장이중구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재우 교수는 “해고자와 실직자들은 이미 해고된 상태라 해고될 위험이 없고 기업에 대한 책임감이 없으므로 이들이 노조에 가입해 과격한 조합활동을 한다면 노사관계가 파탄으로 향하고 산업평화를 크게 해칠 것이다”고 우려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