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덮친 ‘마천루의 저주’, LG생건에 내준 뷰티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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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Q 누적 화장품 매출 ‘LG생건 3조9821억vs아모레 3조8031억’
뷰티업계, 매서운 온라인 성장세 속 온라인 전환 늦은 아모레

허경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4 15:46:55

▲ 아모레퍼시픽이 LG생활건강에게 뷰티업계 1위 자리를 내어줬다. 사진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스카이데일리 DB]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이 눈물의 구조조정에 돌입한 데 이어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려오던 실적이 2016년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더욱이 올해 3분기 매출액 기준 뷰티업계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LG생건)에 내어주고 말았다.

최근 아모레는 194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아모레 측은 15년차 이상에게는 근속 연수만큼의 월 급여에 5개월 분 급여를 더한 금액을, 20년차 이상에겐 40개월 치 급여를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일들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마천루의 저주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앞서 2017년 아모레의 용산 신사옥이 완공되자 주요 뷰티 관계사들은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직후인 2017년부터 쭉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7년 중국의 사드(THAAD)보복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2016년 1조82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4982억원으로 급감했으며 코로나19타격을 입은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2086억원, 영업이익은 61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3%, 49% 줄었다.

이는 뷰티업계의 맞수인 LG생활건강과 대조되는 실적이다. 최근 각사의 3분기 누적 화장품사업 매출은 아모레가 3조8031억원, LG생건은 3조9821억으로 LG생건이 아모레보다 약 1790억원을 앞섰다.

이로써 LG생활건강은 2017년 비 뷰티부문을 포함한 전체 매출에서 아모레를 처음으로 약 761억 가량 앞섰으며 2018년 6694억, 지난해엔 1조4012억 원으로 격차를 벌린데 이어 마침내 뷰티업계 1위 자리까지 올라선 모습이다.

한편 위기를 맞이한 아모레의 앞날은 밝지만은 않다. 이달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에서 호조를 보이긴 했지만 뷰티업계의 온라인 성장세가 매서운 가운데 다소 늦은 온라인 전환을 했기 때문이다. 2017년 아모레의 전체 매출에서 디지털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그쳤으며 2018년과 2019년에도 각각 7%와 8%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야 온라인 비중을 늘려 상반기 기준 15%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오프라인 매장과의 갈등은 도마 위에 올랐다. 온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오프라인 가맹점보다 더 싸게 팔아 가맹점들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니스프리 가맹점주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모레가 임대료 특별 지원과 온라인 직영몰 수익 공유 확대 등 상생안을 제시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서경배 아모레 회장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호출되고 나서야 이뤄져 무성한 뒷말을 낳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오프라인 시장에서 철수하고 제품 고급화,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해왔던 LG생건과 달리 중저가 오프라인 채널에 집중해왔던 아모레의 차이가 올해 코로나19로 계기로 더욱 극명해졌다”며 “양사 경영진의 위기 대처 능력이 이러한 실적 차이를 낳았다”고 말했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허경진 기자 kjhe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