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연쇄 파업 우려…정의선 ‘소통경영’ 첫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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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부분파업 돌입…현대로템·현대위아 등 파업권 획득
노사관계 개선 강조해 온 정의선 회장…노조리스크 타개 촉각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5 14:56:45

현대차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노조의 연쇄 파업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평소 노사관계 개선 등을 강조해 온 정의선 회장이 노조리스크를 어떤 식으로 타개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는 이날부터 27일까지 하루 4시간씩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앞서 24일 기아차 노조는 예정됐던 부분 파업을 하루 유보하고 사측과 제14차 임단협 교섭을 진행했다. 그러나 기아차 노조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었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기아차 노조는 쟁의대책위원회 결정대로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12만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 △정년 60세에서 65세로 연장 △통상임금 확대 적용 △잔업 복원 △노동이사제 도입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노조는 이사회 사퇴도 요구하고 나섰다. 기아차는 올해 3분기 실적에 세타2 GDi 엔진 결함에 따른 품질 비용 1조2592억원을 반영했다. 세타2 엔진의 결함을 인정하고 해당 엔진이 탑재된 미국 417만대, 국내 52만대 등 모두 469만대의 차량에 평생 보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1조원을 상회하는 품질 비용을 반영한 것을 두고 기아차 노조는 조합원의 임금과 복지를 줄이는 고의적인 실적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에 사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의 파업 움직임도 덩달아 늘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2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의 찬성표를 얻으며 파업권을 확보했다.

현대위아 역시 지난달 30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0%의 찬성률을 기록해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제철도 임단협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은 아직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각 계열사 노조들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하면서 그룹 계열사들이 연쇄 파업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각 계열사 노조들은 취임 한달을 맞이한 정 회장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3일엔 계열사 노조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노동 존중을 강조하고 나섰다.

노조들은 “총수의 교체가 회장의 이름만 바뀌는 게 아니라 그룹의 고질적인 관행과 노사 관계의 경직이 바뀌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노사가 대등한 위치에서 동반자로 자리매김하고 그 바탕 위에 계열사의 자율 교섭, 노동 존중, 경영 투명성이 현대차그룹에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이번 계열사 노조들의 파업 우려에 대해 평소 수평적 소통과 자율성에 기반한 기업 체질 개선을 강조해 온 정 회장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실상 정 회장의 소통 경영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라는 분석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회장 취임 보름 만에 현대차 노조와 오찬을 하며 노사 관계 안정과 노사 간 단체 협약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며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노사가 합심해 새롭게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