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행정조사에 치이는 기업들…시간·비용 부담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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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매출액 1000대 기업 대상으로 행정조사에 대한 인식조사
동일사안에 대한 중복조사 경험 7.2%…처분 경험도 54%에 달해
“규제와 마찬가지로 정기적 현황 파악·제도 정비로 부담 덜어야”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6 12:23:05

▲ 기업이 체감하는 정부 행정조사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테헤란로, ⓒ스카이데일리

A기업은 최근 국세청과 지자체에서 비슷한 사안을 두고 중복해서 조사를 받았다. 준비해야 하는 자료는 유사했지만 두 기관이 요구하는 자료 항목이 일부 달라 자료를 따로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해야 했다.

A기업 관계자는 “조사 기관은 조사나 적발 자체를 실적으로 인식하기에 무리한 조사를 하거나 중복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조사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정부의 기업 행정조사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최근 5년간 받은 행정조사 1회당 평균 1개월 이상이 소요됐다는 응답이 62.1%에 달했다고 26일 밝혔다. 3개월 이상 걸렸다는 응답은 5.9%다.

조사대상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이다. 금융권은 제외했으며 153개 기업이 응답했다.

동일 사안에 대해 두 곳 이상의 정부 또는 정부기관으로부터 중복조사를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 중 7.2%는 지난 5년 간 행정조사에서 중복조사 경험이 있었다. 기관별 비중은 국세청이 36.4%로 가장 높았다. △시청 22.7% △세관 13.6% △환경부 9.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정부 행정조사 결과 시정명령, 과태료, 입건 등 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4.1%로 나타났다. 처분 경험이 있는 기업 중 정부 조사 1회당 처분을 받은 비율이 80% 이상이라는 응답 기업은 62.5%에 달한다. 행정조사가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최근 5년 간 정부 조사로 인한 경영손실에 대해서는 연간 매출액의 1% 이하 수준이라는 응답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정부 행정조사에 대한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과도한 자료제출 요구 금지(38.4%), 기관 간 사전조율을 통한 중복조사 최소화(16.8%), 조사기간 단축 및 횟수 제한(15.8%), 효율적 이의신청 제도 운영(12.1%) 등 응답이 나왔다.

한편 정부는 2017년 12월에 ‘국민불편·부담 경감을 위한 행정조사 혁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기업들의 행정조사 부담이 큰 데 따른 것이다. 2017년 중소기업옴부즈만이 519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간 451페이지의 서류준비, 120일의 기간이 행정조사 대응에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정부는 10년 만에 행정조사를 전수 조사하고 27개 부처 총 608건에 달하는 항목 중 175건에 대해 정비했다. 그럼에도 이번 결과에 비춰 기업들의 행정조사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다 적극적으로 불필요한 조사를 폐지·정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행정조사를 실시하는 정부나 기관 입장에서는 각각 한건의 조사에 불과하지만 다수의 행정조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행정조사도 일종의 규제 효과가 있는 만큼 규제개선과 마찬가지로 매년 현황을 파악해 불필요한 조사를 적극 폐지·정비해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