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가계저축률 10% 내외…21년만에 최고치”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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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대비 4%p 상승 전망… “코로나에 소비 부진 고착화 우려"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29 16:10:59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우리나라 가계저축률이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스카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가계저축률(가계순저축률)이 1999년 이후 처음으로 10% 내외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9일 한국은행(한은)이 발표한 11월 조사통계월보에 실린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가계저축률 상승 고착화(level-up) 가능성’ 보고서(이용대 한은 조사총괄팀 과장, 이채현 조사역)에서 가계저축률이 지난해보다 4%p 상승할 것이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올해 가계저축률이 오르는 이유는 상당 부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감염우려 등으로 여행, 숙박·음식과 같은 대면서비스 부문에서 소비가 위축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의 직격타를 맞은 미국, EU지역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개인저축률은 지난해 7.5%에서 올해 2분기 25.7%로, EU지역 가계저축률은 같은 기간 12.9%에서 24.6%로 상승했다.

이용대 과장과 이채현 조사역은 “다만 임금소득 정체 및 자영업 위축에도 불구하고 정부지원 확대에 힘입어 가계소득은 미약하나마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다”며 “향후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가계저축률 상승이 어느 정도 되돌려질 것이다”고 예상했다.

가계저축률 상승시 일반적으로 기업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늘어나고, 연구개발(R&D)투자도 확대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아 투자가 쉽게 늘어나기 어렵다면 저축률 상승은 소비위축을 통해 경기부진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연구팀은 진단했다.

우리나라도 IMF 외환위기 발생 당시 가계저축률이 1997년 13.1%에서 1998년 20.4%로 급증했다. 또한 2003년 카드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일어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다. 한은은 “앞으로 경기부진이 장기화된다면 가계의 미래 예상소득이 감소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도 어려워지면서 이에 대비한 가계의 저축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며 “소득불평등도 심화됨에 따라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level-up)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고용·소득부진이 장기화되고 정부지원도 불가피하게 줄어든다면 가계가 예상하는 미래소득이 감소하면서 이에 대비한 가계의 예비적 저축이 증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기부진 장기화로 신용위험이 높아져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 미래에 소비할 수 있는 재원을 미리 마련하기 위해 현재의 소비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 연구팀은 “높아진 가계저축률이 고착화될 경우, 소비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수출·투자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높아진다”며 “가계에 대한 지원이 소비보다는 저축으로 이어지는 경향도 높아져 내수부양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저축이 투자를 위한 자금수요를 상회하는 가운데 수요도 줄어들면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현상이 ‘뉴노멀(new normal)’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