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보전 목적만 남은 정태영의 황제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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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현대캐피탈 과도한 수익성 추구 논란
현대차 사위 정태영, 금융사 수장 자질 의심돼
현대차그룹 세대교체 흐름 힘 싣는 결단 필요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1-30 00:02:27

최근 재계 전반에 걸쳐 세대교체 움직임이 한창이다. 주요 기업 핵심 요직에 젊은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주요임원 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경영 승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조직 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취지다. 숙련된 노하우와 전문성 측면에서 다소 아쉬운 감이 없진 않지만 기업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모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세대교체 시도는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세대교체가 절실한 기업이 요지부동인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기업경영 전반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웠음에도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면 종국엔 기업의 존속 자체를 고민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주주 입장에선 언제 시동이 꺼질지 모르는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내달리는 상황과 맞먹는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정태영 부회장이 십수년째 수장 자리를 꿰차고 있는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모습이 딱 그렇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위기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 하락과 이미지 추락 등 단시간 내 회복하기 어려운 부분에서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떨어진 실적은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해 복구할 수 있지만 한 번 등 돌린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정확한 원인 파악과 진심을 다한 대처, 그리고 뼈를 깎는 쇄신 외엔 해결책이 없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소비자 신뢰 저하와 이미지 추락은 과도한 수익성 추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례로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리볼빙 서비스(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하기 위해 일부 결제금액을 다음 달로 이월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리볼빙 수수료율은 22.5%(단기 카드대출)로 카드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덕분에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리볼빙 수익은 96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899억원) 대비 7.8% 증가했다.

할부금융사인 현대캐피탈도 과거 법정 최고이자율을 초과해 이자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9월 금융당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중도 상환된 56억2700만원에 대해 법정 최고 이자율을 초과해 중도상환수수료 총 2629만원을 과다 수취했다. 올해 초에도 현대캐피탈은 중도상환수수료를 과도하게 책정한 것이 금융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의 과도한 수익성 추구의 최종 피해자는 1금융의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층에 집중돼 있다. 제2금융권 이용고객 대부분이 높은 이자를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빌리고자 하는 경제적 약자들이다. 결국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이 경제적 약자들의 절실함을 이용해 배를 불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이윤 추구가 경영자의 최우선 목표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책임의 화살은 정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기업 경영 외에 개인적인 부분에서도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인 상태다. 최근 정 부회장은 상속 재산 문제로 여동생과 갈등을 빚고 있다. 심지어 여동생이 정 부회장의 갑질을 막아 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고 정 부회장은 여동생을 상대로 명예훼손을 제기하는 진흙탕 싸움을 전개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재판과 별개로 돈 문제로 가족과 불화에 휩싸였다는 점에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재계서열 2위인 현대차그룹 소속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의 처남인 정의선 회장 중심의 세대교체가 한창이다. 앞서 경영을 이끌던 정몽구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대차그룹의 세대교체는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장인인 정 명예회장 시대에 계열사를 맡아 경영을 진두지휘 한 정 부회장 역시 대세에 순응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 있다.

수익성에만 치중한 행보로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자리를 지킬 명분은 사라졌다. 도덕적 자질이 필수인 금융기업의 수장으로서 가족과 돈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십수년 넘게 장인의 그늘 아래에서 ‘황제경영’을 펼쳤지만 더 이상 대세를 거스를 실리와 명분이 부족하다. 더 이상의 자리보전은 처남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정 부회장 스스로 대세에 순응하는 대승적 태도를 보이길 기대한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