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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퇴직 후 변호사 보장이 일반 공무원과 차이
/검찰개혁, 입법 행정 과제 이미 모두 마무리 돼
/작금의 목표 권력핵심 수사 무력화 아닌지 의심
/인적청산 의도하지만 검사들 질기게 저항할 것
지난달 24일 추미애 법무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청구하며 직무를 정지시키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그러자 현직 고검장부터 평검사들까지 집단 반발하며 유감 성명을 잇따라 발표했다. 소위 검란(檢亂)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자 같은 달 27일 집권 여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대관절 행정부 어느 부처 공무원들이 이렇게 집단행동을 겁 없이 감행할 수 있는지 묻는다. 검찰만은 예외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집단행동이라면 그것이야말로 특권 의식이 아닐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정부처 공무원에 불과한 검사들의 특권의식을 꼬집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검사란 직업이 대체 뭐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헌법을 찾아 봤다. 헌법에는 공무원 중에서도 딱 5개 직업군을 직접 언급하고 있다. 법관, 군인, 군무원, 경찰 그리고 마지막 하나가 검사다. 헌법은 국민의 신체를 구속하거나 압수·수색할 경우, 국민의 주거를 압수·수색할 경우 오로지 검사만이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권한을 갖는다고 못박아 놓았다. 영장은 법관이 발부하지만 법관은 검사의 신청을 기다려서야 판단할 뿐이다.
그래서 어떤 사안이 국민의 신체와 주거의 자유를 제한할만한 사유인지 아닌지에 대한 우선 판단은 오직 검사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판단은 수사라는 것을 통해서 실현된다. 그래서 형사소송법은 검사에게 수사권도 부여했다. 수사를 해서 국민의 신체와 주거의 자유를 제한할지 말지를 판단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사는 당연히 공명정대해야 한다. 그래서 검찰청법은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이며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고 천명하고 있다.
물론 검사만이 국민에 대한 봉사자는 아니다. 헌법은 공무원 전부에 대해서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했다. 국민에게 봉사할 의무에 있어서는 검사나 다른 공무원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유독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하고 여당 원내대표마저 행정부 공무원 주제에 겁 없이 집단행동을 하냐고 성토한 것일까. 필자는 그 비밀이 변호사법에 있다고 본다. 변호사법은 1949년 제정 당시부터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자에 판사뿐 아니라 검사도 포함시켜 주고 있다. 검사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퇴직을 해도, 사표를 던져도 최소한 변호사라는 것이다. 그냥 변호사도 아닌 소위 전관 변호사다. 구속 위험에 처한 다급한 의뢰인들이 가장 먼저 찾는 변호사라는 것이다.
같은 변호사라도 검사를 해보지 않은 필자 같은 사시 출신 변호사들은 검사 출신 변호사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강점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설령 입바른 소리하다가 조직에서 쫓겨나더라도 밥벌이를 걱정할 처지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이 차이는 조국 전 법무장관 사례에서 너무 대비가 된다. 조국 전 장관은 서울 법대 출신이지만 사법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변호사 자격이 없다. 그가 아무리 대단한 청와대 민정수석과 법무부 장관 자리를 역임했더라도 사표를 내는 순간 그는 서울 법대 교수자리 말고는 밥벌이를 할 수가 없음이 현실이다. 그래서 그는 법무장관 사표를 내자마자 바로 20분만에 팩스로 서울대에 복직을 신청하지 않았던가. 민정수석 재직 기간까지 합쳐서 무려 2년 5개월간 학교를 떠나서 학생들로부터 원성을 들었던 그는 법무장관 이후에는 최소한 총선 출마 나아가 대권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였었다. 그러나 장관에서 물러나는 순간 단 하루도 참지 못하고 복직을 신청을 하고 형사 재판으로 직위가 해제되어 강의조차 끊긴 채 집에서 트위터와 페북에만 의지하는 초라한 신세가 된 것이다. 그가 만약 변호사였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활발한 행보를 했으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해 볼만하다.
그래서 김태년 원내대표의 인식과 달리 검사는 단순히 ‘행정부 어느 부처 공무원들’이 아니란 것이다. 타 부서 공무원과 달리 옷 벗어도 최소한 변호사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겁 없이’ 집단행동을 감행할 직업군이란 것이다.
김 원내대표를 포함한 집권세력은 이 특권적인 집단인 검사들의 항명이 사표 제출로 연결되길 간절히 바랄 것이다. 2011년 조국 씨도 ‘검찰개혁 토크 콘서트’에서 검찰 개혁에 반발하는 검사들이 “나가시겠다고 하면 빨리 보내드려야 한다. 집단 항명으로 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하면 다 받으면 된다”고 위풍당당하게 외쳤었다.
그러나 검사들의 집단성명은 사표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변호사 자격증이란 무기를 가진 검사들은 오히려 사표를 안 내면서 저항할 것이 분명하다. 조국 씨, 현직 법무부 장관, 그리고 여당이 원하는 것이 사표임을 이미 파악한 검사들은 그 카드를 손에 꼭 쥔 채 저항을 할 것이다.
돌이켜 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임명된 올 1월부터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 중 하나가 바로 검찰개혁이다. 검찰과 법무부 간에 무슨 소동이 있던 간에 법무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는 그것이 모두 검찰개혁이거나 검찰개혁에 대한 불손한 저항으로 몰아갔다. 끝내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헌정사 초유의 사태까지 낳았다. 그 요란한 검찰개혁의 정체는 대체 무엇인가 되짚어 보게 되었다.
구글에서 검찰개혁으로 검색을 하니 곧바로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이라는 정부 홈페이지로 연결이 되었다. 국정과제로서 검찰개혁의 의의와 이를 위한 그간 정부의 노력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다. 개혁 과제들이 너무 많아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지만 행정부가 시행령, 규칙, 규정 개정으로 시행할 수 있는 과제들은 거의 다 이룬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홈페이지에는 9개월 전인 3월 4일 법무부 보도자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업데이트도 중단된 상태다. 입법 사항의 경우 검찰개혁을 위한 입법 과제였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은 1월 통과되어 7월부터 시행 중으로 공수처 설립을 한창 준비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 법률도 2월 통과되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입법 과제, 정부 과제가 모두 21대 국회 출범 전에 마무리가 된 셈이다.
이에 필자는 작금의 검찰개혁 주장은 다름 아닌 ‘인적 청산’이 아닌지 크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목표는 당연히 권력 핵심에 대한 수사 무력화일 것이다. 문제는 인적 청산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권이 계속되는 한 권력 비리는 나올 것이고 옷 벗어도 최소한 변호사라는 무기를 가진 검사들은 질기게 사표를 내지 않고 저항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당에 한 가지 권고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리고 할 수 있다면, 변호사의 자격을 정한 변호사법 제4조에서 ‘검사’라는 한 단어를 깨끗이 들어내는 개정안을 낼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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