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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가 아니라 현 대통령 때문이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대통령제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세간에 보수 매체로 알려진 신문에서 평론가들이 나서 대통령제 대신 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로 헌법을 바꾸자는 군불을 지피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 대통령제는 끝내야 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좋은 대통령’은 이제 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위대한 대통령들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문재인이 마지막이 아니면 더한 사람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조선일보, 2020.11.26. 양상훈 칼럼)
나름 형식적 분석을 동원한 대통령제 비판도 보인다.
“무척 의미 있는 통계가 또 하나 있다. 세계를 통틀어 1인당 GDP가 우리보다 높은 26개 나라 중에 우리 같은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는 곳은 미국 하나뿐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22개가 내각제, 나머지 3개가 이원집정부제다. 이쯤 되면 대통령제가 풍요한 나라로 가는 길을 방해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충분히 의심할 만하다.” (중앙일보, 2020.11.14. 전성철 기고문)
특이한 것은 우리나라 지식계층이나 신문·방송사의 평론가들 다수가 세계적으로는 드문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원집정부제는 현 집권세력이 야당 진영을 회유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권력구조 대안이다. 지난 20대 국회가 마감하기 직전 현 집권세력이 특정 보수 신문과 특정 야당 유력인사 세력을 끌어들여 추진한 국민발안제 원 포인트 개헌안 음모도 야당 인사에 대한 유인책으로 이원집정부제 총리 자리를 미끼상품으로 내걸었을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데일리, 2020.3.26.)
전성철은 위 기고에서 내각제 하에선 우리같이 사생결단하는 정치 싸움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황당한 주장이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는 유럽 여러 나라는 19세기와 20세기 전반까지 민주공화정 대신 공산주의나 나치즘 등 전체주의를 채택해 그 폐해를 겪었다. 지금은 모든 정치세력들이 민주공화정에 동의하므로 체제를 다투는 정치적 갈등은 없다. 그래서 ‘사생결단’이 없는 것이다.
우리의 적인 북한은 여전히 적화통일의 의지를 갖고 있고 이데올로기 공세를 담당하는 통일전선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대한민국 내에는 그에 동조하는 주사파나 백두칭송위원회, 위인맞이환영단 등 공화정 체제를 부정하는 정치세력이 활개치고 있다. 그래서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는 것은 국민의 생존이 걸려 있는 만큼 ‘사생결단’을 해야 할 문제다. 전성철의 주장은 이런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고 우리가 처한 현실을 몰각한 표피적 분석이다.
민주공화국의 정치실패는 과연 대통령제 때문인가?
대통령제는 내각제에 대한 대안
세계 최초로 근대적 대통령제 공화국을 건국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 건국자들은 건국 당시 많은 제도를 식민지 종주국이자 선진국이었던 영국을 롤 모델로 삼고 도입했다. 그러나 권력구조와 정부의 구성 방법에 대한 수많은 고심 끝에 영국식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대통령제로 의견을 모았다.
이들이 대통령제에 합의한 이유는 독립전쟁의 경험 때문이다. 7년에 걸친 영국과의 독립전쟁을 식민지 각 주 대표로 구성한 대륙의회(continental congress) 주관으로 치르다보니 지휘부가 결단을 해야 할 시기에도 수시로 의회에 불려나가게 돼 대단히 비효율적으로 전쟁을 치렀던 것이다.
독립전쟁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던 미국의 건국자들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경험을 통해 새로 건국되는 나라는 ‘활력과 에너지를 가진’ 나라여야만 한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동의했다. 대단히 현실적이게도 해밀턴과 매디슨을 비롯한 건국자들은 인간이란 야망과 탐욕 때문에 비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고 편견의 포로로서 파벌을 형성하기 쉬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분산된 연합체 정부는 오히려 파벌에 휘둘리기 쉽고 파벌들끼리는 기득권을 담합하기 쉬워 일반 국민의 자유와 공공선은 침해당하기 쉽다. 이에 미국은 ‘활력과 에너지 넘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주의 연합이 아닌 집행권을 단일하게 묶는 합중국으로서 대통령제를 채택했다.
활기찬 나라를 위해 대통령제를 도입했지만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 그래서 헌정주의,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 원리에 따른 대통령제 공화국 헌법을 만든 것이다. ‘헌법 천재’ 매디슨은 다른 사람에 대한 지배 야심이나 권력욕이 인간의 본성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인간 세상에서 자유를 보존하기 위해서는 ‘야심은 야심으로’ 제어하는 헌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자유의 보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우리 모두가 일정 부분 인정하는 것은 정부의 각기 다른 권한들이 서로 분리돼 별개로 행사돼야 한다는 것이다.…각 권력들이 동일한 부에 집중되는 것을 막는데 가장 강력한 안전장치는 각 부를 운영하는 자들에게 다른 부의 침해에 저항하는데 필요한 헌법적 수단과 개인적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야심에 대항하려면 야심이 불러일으켜져야 한다.” (제임스 매디슨, <페더럴리스트> 제51번 논설)
민주공화국 헌법 가치인 ‘헌정주의’, ‘법의 지배’와 ‘권력분립’의 원리를 잘 지키면 대통령제가 오히려 국민들의 실질적 자유를 더 잘 보장하고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정부를 갖게 하여 국가 발전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특히 공직자들에게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올바로 교양하고 공화정이 보장하는 자유와 권리를 악용해 공화정을 파괴하려는 세력들을 공직에서 추방하면 반공화주의 파벌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다.
최소한 통일하기 전까지는 대통령제가 필요하다
권력구조 개헌을 주장하는 일부 평론가나 교수의 주장들은 대개 관념적인 주장들로서 그 역사적 구체적 근거가 박약하다. 권력구조나 정부형태의 문제는 그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의 산물이며 어떤 제도를 더 선호하는가는 국민들의 전통적·관습적 정치의식이 결정한다.
대한민국에 상당 기간 대통령제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한민국과 북한은 아직 정전상태에 있다. 6·25 남침 전쟁을 일으킨 북한 정권이 아직도 적대행위를 멈추지 않고 적국으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군사적 준비상태를 늘 갖추고 있어야 한다.
북한은 당·정·군 권력을 한 사람이 쥐는 수령 독재체제로서 유사 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전쟁을 결정할 수 있다. 또 노동당 규약과 그들의 헌법에서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이원집정부제 정부를 갖고 있을 경우 북한이 남침했을 때 총리는 싸우자고 하고 대통령은 협상하자고 하면 나라가 어찌 되겠는가?
게다가 북한의 동맹국 중국은 여전히 전체주의 일당독재 체제를 고수하고 있고 과거 6·25 남침 때 북한 정권을 도와 참전해 통일을 방해한 사실이 있다. 지금도 북한의 핵개발은 묵인하고 지원하면서 침략의 공범이었던 역사를 날조하며 대한민국의 동맹국인 미군의 철수만 주장하고 있다.
적국과 주변국의 이런 상황에 대항해 국민의 생명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면 상당 기간 동안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한 대통령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여러 단위로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는 것보다는 권한을 주되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 정서에는 대통령제가 부합한다. 그리고 이미 역사적 관습으로도 정착됐다. 특별한 저의가 없는 한 코로나 사태 등 위기의 시기에 이미 관습으로 정착한 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도 이미 내각책임제를 실시해봤다. 4·19 이후 1년여 동안 내각책임제를 해봤으나 당시 집권 민주당 정권은 신파·구파로 파벌을 나누어 이씨 조선시대 당파 싸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사생결단’하는 권력투쟁에 몰입했다. 의원들은 국민 전체의 대의자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당내 파벌 실력자의 졸개 역할만 했던 것이 우리의 정치 현실이었다.
대통령제는 우리의 관습과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훌륭한 공화정 제도다.
권력구조 바꾸면 정치실패가 해결되는가
권력구조나 정부형태 개헌을 이야기 하는 자들은 개헌의 이유로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거론한다. 그렇다면 헌법에 정해진 대로 직무를 수행하지 않는 현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 운영이 문제지 제도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 헌법은 권위주의적이었던 4·5공화국의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킨 대통령제를 선택했다. 국회의 동의를 받는 국무총리를 두고 총리가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갖게 한 것과 국회에서 총리와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을 가지도록 한 것 등 내각제적 요소가 상당히 들어 있다. 대통령의 독선과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국회가 존재하는 것인데 지금의 국회는 이런 권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행정부의 시녀같은 존재로 추락했다.
우선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해 입법부와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 헌법에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관 중에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법원장은 ‘대법관 중에서’라는 규정이 없다. 권력분립 원리에 따라 헌법을 해석하면 입법미비라 할 것이다. 현 대통령은 이런 입법미비를 악용하여 특정 파벌 지방법원장 출신 법관을 사법부 대표인 대법원장에 ‘임명’하였다. 다른 헌법 기관의 독립성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 남용이다.
지난 21대 총선은 특히 사전투표와 전자투개표 기기를 악용한 전면적인 부정선거 혐의가 짙어 전국 40여개 선거구에서 형사고발과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됐다. 공직선거법에는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 곳도 재검표한 사실이 없다. 법원이 권력 눈치보고 아예 깔아뭉개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불과 한 달 전에 벌어진 대통령 선거 결과 제기된 소송에 대해 어떤 주 법원은 수백만표에 달하는 전체 투표수를 일일이 사람 손으로 재검표하고(위스콘신 주), 전자투개표기 시스템 전체를 압류 보전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조지아 주). 우리 국회의원 선거 투표수가 얼마나 된다고 지금까지 뭉개고 있는가?
그러는 사이 선관위에 의해 다수당이 된 것으로 발표된 집권당은 자신들 주도로 통과시킨 공수처법을 시행도 안 해보고 개정하겠다고 한다. 집행 권력을 감시해야 할 입법부가 권력의 수족이 돼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무력화시키고 법관의 양심을 구속할 위헌적인 공수처법 개정 통과의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입법자로서 소양이 없는 자들로 입법부가 구성됐다는 징표다.
민주공화국의 언론은 국민을 대신하여 사실(NEWS) 전달과 권력 감시를 해야 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제4부라 부른다. 집권세력의 권력 남용을 먼저 경고하고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야 할 책무가 있다. 언론이 하지 않으면 국민들 스스로 자신의 자유와 삶의 가치를 보장하는 공화정과 시장경제 체제를 지키기 위해, 먼저 독재 세력과 싸우지 않는 자들을 정치권, 언론계나 학계에서 추방해야 한다.
“자유의 대가는 영원한 경계심이다(The price of liberty is eternal vigilance).”
모든 국민은 독재 권력의 형성을 막는 불침번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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