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풍수는 비보사탑설(裨補寺塔說)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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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수의 산안(山眼)이 뜬(開)다

도선풍수는 명당 찾는 것이 아니라 기를 보완해 상황에 맞게 수정

정완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08 11:16:35

자생풍수의 시조로 삼은 도선의 도선풍수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부분은 그가 땅을 살아있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마치 사람의 몸을 대하듯 땅을 바라보았다는 평가가 맞을 것이다. 그래서 그 땅에 순역(順逆), 강약(强弱) 그리고 생사(生死)까지 운위할 수 있었을 것이다. 『高麗國師道詵傳』(고려국사도선전)에 나타나는 ‘천지의 혈맥’이라든가 ‘산수(山水)의 병’과 같은 표현은 그런 사고방식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도선은 더 나아가 땅에 문제가 있으면 고칠 수 있다는 비보사상에 까지 이른다.

사람의 침뜸술의 기본원리는 기가 過(과)한 곳은 瀉(사)해 주고 虛(허)한 곳은 補(보)해 준다는 것이다. 소위 補瀉(보사)의 원리이다. 도선풍수는 이 원리를 땅에 적용하여 자생풍수의 큰 특징을 만들어 내었는데 그것이 비보사탑설이다. 땅은 살아있고 거기에 문제가 있으면 고쳐서 쓴다는 이 사고는 매우 중요한 자생풍수의 특징을 낳는다.

그러나 땅이 살아있다는 인식이 유독 우리 풍수에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비보사탑설까지 포괄되어야만 한반도의 자생적인 도선풍수의 특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기에 지적한 말이다. 이렇게 비보사상이 한반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로소 비보사탑설이 들어가야지만 자생풍수라 한다면 자생풍수는 비보사탑설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보사탑설은 산천지리에는 생사의 기가 있어서 순역, 길흉, 성처(盛處)와 쇠처(衰處)가 생기고 그것이 陰陽相生, 상극(相剋), 상보(相補)의 원리에 의하여 변화하며 그 지상(地相;땅의 모양)이 왕조의 흥망과 인간의 길흉의 근원이 된다고 하는 地理衰旺說로 확장되기도 한다. 왕업과 관계되는 지역의 기가 약한 부분에 사원을 건립하거나 탑을 세워서 생기를 보(補)하였다. 따라서 도선은 지정된 사원 건립지를 정하고 그 이외에는 일체의 창건을 막았다. 여기서 도선풍수가 발복의 명당을 찾아다닌 것이 아니라 기가 약한 부분을 보완하여 그 상황에 맞는 땅으로 수정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보사탑설에는 정치적 책략이 있을 수 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 그 당시 지자체가 왕성했던 시대로 지방호족들이 사원을 거점으로 하여 그 지역의 정치 경제적활동을 주도했던 것이 사실인 만큼, 지역마다의 각종 사찰들은 고려 개국자의 입장에서는 경계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그것을 적당히 제한하고 규제할 수 있던 방안이 비보사탑설일 수도 있다고 본다.

풍수 논리가 지방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여기서 도선풍수의 독창성이나 자생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점도 지적해 두고자한다. 도선이 풍수를 지리산 異人(이인)이라는 풍수학인으로 부터 배웠다는 설도 있지만 그의 禪風(선풍)은 혜철(신라 승려)로 부터 전해 받은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도선의 스승인 혜철이 唐에 유학 갔을 때 一行(일행; 당대 승려. 『금낭경』에 장설 .흥사와 함께 주석을 단 사람)계통의 풍수법을 배웠을 개연성이 높고, 당연히 도선은 혜철로 부터 풍수를 배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행의 풍수법은 동양 고대 과학의 한 특성인 신비적인 요소만을 축소하면 천문학이나 인문지리학 등 훌륭한 과학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발전해있었다. 만약 이러한 학문의 계통을 배운 사람이 도선이었다고 한다면, 도선의 풍수지리설은 당시 신라 국토의 자연 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인식이 어느 정도 가미 되었다고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위의 내용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도선은 스승 혜철로 부터 중국풍수를 배웠고 그것을 그 당시 정치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비보사찰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문화중력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려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비보사찰론이 한반도의 자생풍수라고 하는 것은 자기만의 학설로 특징화하려는 소수자들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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