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사랑은 아름다워’가 아름다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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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가족과 생명의 소중한 가치 담아
전통-현대성 절묘한 결합과 반전
우수 연극 레퍼토리 가능성 확인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11 10:41:44

사랑은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아름다운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진실과 존중이 중요하다. 가족과 생명에 대한 의미를 환기시킨 연극 ‘2020 사랑은 아름다워’(11.11~15, 서울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는 이 물음에 답했다.

한국은 저출산 국가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구 감소로 인해 사회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낙태 또한 마찬가지다. 고령화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현대사회는 가족해체 등 여러 상황과도 맞물려 돌아간다. 이 작품은 이런 상황에 주목해 사랑의 가치를 재치와 감동으로 담아냈다.

무대가 시작되면, 삼신할머니와 책사가 등장한다. 삼신할머니는 책사에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계책을 마련하도록 한다. 주된 공간 배경은 산부인과. 이 산부인과는 낙태전문병원으로 명성이 높다. 돈벌이 수단이다. 밀려드는 예약 손님을 받기 위해 분주한 간호사, 낙태에 관한 강연을 준비하는 원장의 모습은 이 병원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원장 가족은 대화를 잃은 지 오래다. 원장 아들 부부는 자식을 낳지 않고, 각자의 일에만 몰두한다. 독신주의자 막내딸은 약국을 운영하며 커리어우먼 면모를 한껏 과시한다. 특히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사는 임산부로 변신해 병원을 긴급히 찾는다. 8개월 된 미숙아를 출산 후 감쪽같이 사라진다. 병원은 난리가 아니다. 하지만 인큐베이터에서 새근새근 잠든 아이를 바라보며 원장의 마음은 바뀐다. 오랫동안 쌓여있던 먼지를 일순간에 닦아내듯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인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그동안 잊혔던 가족에게 사랑을 전할 준비를 한다. 비윤리적인 낙태 의료 행위를 중단하고, 산부인과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자 결심한다. 원장의 의지가 떨리는 목소리에 담겨 전달된다. 작품의 변곡점이다. 원장은 가족회의를 통해 가족 간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 두 달 후, 아이 생모가 나타나 당시 돈이 없어 아이를 두고 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말하며 사과한다. 원장은 용서로 응답한다. 나머지 가족 또한 아버지 행동과 마음에 놀라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받으며 마음을 함께한다.

필자는 이 공연을 2018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관람했다. 지역과 극장은 다르지만 감동은 동일했다. 아니 이번이 더 나았다. 줄거리의 큰 변화는 없었지만 캐스팅은 일부 변화가 있었다. 각각의 캐릭터로 변한 배우들은 밀도 있는 연기, 속도감 있는 극적 전개 속에서 안정된 호흡과 앙상블을 보여줬다. 원장 역의 이상희, 삼신할머니 역의 최경희는 극의 중심을 잡으며 객석 시선을 장면 장면마다 고정시킨다. 책사이자 임산부 역할을 한 서민정은 웃음과 감동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간호사 역할의 베테랑 연기자 석호진의 노련한 연기, 원장 아들과 며느리 역의 이창훈과 노시아, 원장 막내딸이자 약사 역의 김빈, 그녀를 컴퓨터 게임으로 감동시킨 구애자 신동환의 사랑이야기는 에피소드를 넘어 반전의 묘미까지 더했다.

극단 집현(최경희 대표)은 전통 요소를 세련된 감각으로 현대성을 더해 무대화하는 강점이 있다. 그 기반에는 제의와 놀이 코티(KOTTI･한국전통연희연구소)가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극단 상임연출가이자 코티 대표인 이상희 연출가의 연출력이 시너지를 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2018, 2019년 문화재단으로부터 각각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고, 2020년 ‘방방곡곡 문화공감 사업’ 민간예술단체 우수 공연 프로그램 선정작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을 만나기도 했다. 양질의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선 레퍼토리로 될 요소를 충족할 필요가 있다. 수정, 보완이라는 제작 측면의 노력, 관객의 수요, 정책과 극장의 의지 등 다양한 요건들이 수반돼야 한다. 필자는 ‘극장레퍼토리’(2016, 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신개념을 통해 이를 알린 바 있다. 극단 집현의 이번 공연이 연극 브랜드콘텐츠로 자리 잡길 기대해본다.

코로나19로 어수선한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느껴보면 좋겠다. 연극이 보여준 사랑의 여운이 크다. 사랑은 아름답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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