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비건 “北 관계정상화 검토했지만 핵폐기 거부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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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과정 공개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 등 고려”
“先 핵폐기 요구했지만 北 거부… 장애물만 더 쌓아”
“8차 당대회 때까지 시간 있어…진지한 외교 기대”

오주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2-10 15:46:13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사진)이 10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특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만간 임기가 끝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협상을 맡았던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북한과의 협상 과정을 공개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나서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북한은 2년간 너무 많은 기회를 낭비했다. 진지한 외교가 이뤄지길 희망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은 핵무기 포기를 위해선 체제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는 2018년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명시되지 않은 요소를 회담 후 절차를 거쳐 다룰 의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명시되지 않은 요소’로는 △종전선언 △상호 군사훈련 참관 및 군사교류 △워싱턴, 평양에 상호 외교연락사무소 설치 △양 측 관계정상화 등을 꼽았다.

비건 부장관은 “북한은 경제개발, 제재완화에도 관심이 많았다”며 “우리는 투자유치, 인프라 개발, 교역 추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모색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주민에게 약속한 번영을 이룰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나 북한의 선(先) 핵폐기 거부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호혜적 절차가 추진되려면 비핵화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미국의) 조건이었다”며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움켜쥐는 대신 협상 장애물을 찾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 내용 진전에는 실패했지만 싱가포르 합의 잠재력은 여전하다. 지금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공유한 한반도 비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우리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북한은 내년 8차 노동당대회 때까지 외교 재개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북한 체제보장 기조 정황은 과거 포착된 바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해 7월 라디오방송 아이하트미디어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은 (핵이 없는)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전보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제보장 형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한미군 철수 등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각계에서 나왔다.

한편 북한은 연초에 열리는 당대회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전의 경제발전 계획 실패를 인정했던 김 위원장은 제2의 고난의 행군에 준하는 경제난 속에 체제안정을 위해 새 계획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오주한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주한 기자 jh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