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자생풍수설은 객관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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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수의 산안(山眼)이 뜬(開)다

한반도 자생풍수설은 객관적일까

지나친 국수주의 사고는 다양한 문화를 편중시킨다

정완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16 11:38:44

풍수에 자생풍수를 만들어서 우리만의 독창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수가 있지만 이것은 마치 수술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에 내장 비만을 배에 똥이 차있는 똥배라고 주장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이비들이 똥배를 줄이는 약을 팔았다. 자생풍수는 한자(漢字)에 치인 일부 속칭 도사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교류의 기능을 무시한 억지춘양인 것 같아 여러 측면에서 추측해본다.

첫째. 한국자생풍수의 기원을 설화에서 찾은 것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전편에서 설명했듯이 도선을 한국자생풍수의 시조로 보고 도선에 대한 출생을 비롯한 모든 것을 서술하는데, 대부분의 자료들이 그를 신격화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풍수실력을 조롱받는 멍청한 도선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다. 왜 그럴까 하는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어쩌면 국가적 체제를 세우려고 하는 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과의 도선의 용도가 다를 수 있었을까? 그러나 도선이 활동하던 시기는 당대(唐代)이기 때문에 한문자(漢文字)가 이미 확립된 시기이고 한반도도 삼국시대이기 때문에 국가의 틀을 이미 갖고 있던 시대인데, 신화적인 내용을 만들어서 자생풍수의 기원을 삼는다는 것이 너무 의도적이고 객관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둘째, 비보사탑설은 매우 정치적인 영향에 의해 만들어진 것일 가능성이 많다.

도선풍수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비보사탑설인데 후삼국통일 당시 지방 호족들의 지원을 크게 받은 왕건과 그 후손들 처지에서는 정치적, 경제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지방의 호족들의 큰 사찰들에 대한 견제가 필요했을 것이다. 권력으로 보다는 민속신앙체계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더 부드러웠을 것이다. 그 이데올로기가 바로 도선풍수의 비보사탑설이 아니겠느냐는 가정이다.

셋째. 인위적인 비보는 매우 작다.

땅은 수 십 억년 동안 저전(自轉)과 공전(空轉)을 통한 지각변동과 풍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곳에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주었거나 아니면 숨겨둔 길흉의 자리가 있다면 그것은 이미 수천에서 수억 년 동안 오래전부터 있어 왔던 것이고 그러한 긴 시간을 지켜온 지기(地氣)가 있을 것인데 수년 동안 지리를 공부한 어떤 사람이 어느 장소에 탑을 몇 개 세웠다고 해서 그 地氣가 바뀌고 변화가 온다면 왕후장상(王侯將相)을 누리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인간이 뛰어나도 대자연의 이치를 단 몇 개의 탑의 설치로 쉽게 변화되겠는가! 대자연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작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넷째. 문화는 한곳에 머물러 자생하기 보다는 인류의 이동에 따라 문화도 같이 이동한다.

도선의 스승인 혜철이 당(唐)으로 유학갔을 때 일행(一行) 계통의 풍수법을 배웠을 개연성이 높고 당연히 도선은 혜철로 부터 풍수와 관련한 것을 같이 배웠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위와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학설이나 자기만의 비법이 생겨날 일는 만무할 것이다. 불교, 민간신앙, 밀교, 선종, 도교, 신선사상, 스승 혜철, 혜철의 스승 일행 등등이 도선이 국사가 되어 비보사탑을 했던 사상의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다섯째. 국수적인 사고는 학문의 시야를 좁게 만든다.

중국풍수가 그 당시 한자를 아는 지식인들의 차지였기 때문에 왕권을 지키기 위해 호족세력의 견제와 대다수 비지식인들인 서민들을 통제해야 할 방법으로 토속신앙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정치적 환경과 협상하여 새로운 방법을 비법처럼 활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것들을 고려해보면 자생풍수는 일부 풍수가들이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나 방법들을 찾으려하고 그것이 세계제일이거나 유일무이한 것으로 만들어 자기만의 풍수세력을 규합하려고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몇 가지 일반화된 오류들을 적당히 설명한 것 같다. 다음 호부터 본격적으로 산안을 뜨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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