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이념의 양면적 개념은 극단성이다. 긍정적 개념과 부정적 개념이 공존하는 특성 때문에 수많은 역사에서 다양한 색채를 띠고 여러가지 의미로 분화했다. 그래서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역사적 상황과 시대적 조류에 따라 변화하는 개념은 변화 자체를 중요하게 보기보다 변화 속에서 변화하지 않는 맥락을 찾는 것이 보다 분명한 정의에 가깝게 간다. 이념의 변하지 않는 축은 선악의 변화를 아우르는 항상성(恒常性)이다. 이는 마치 관성처럼 변하지 않으려는 치열한 내적 에너지다. 선의와 불의를 모두 갖고 있는 항상성은 선악의 교란(攪亂)을 통해 자기제어를 한다.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치열한 선악의 주고받음이라는 상관성을 통해 항상성이 유지된다. 스스로 흔들고(攪) 다스린다(亂)는 법칙이 이념 속에 내재돼 있다. (150쪽 : 항상성은 현상계 평상심이다. 극과 극을 모두 포용한 아주 강력한 에너지다. 항상성은 순환 속에서 유지된다) 선 의지를 드러내면 악 의지가 따르고 악 의지가 발동되면 선 의지가 일어난다. 이념의 교란 법칙은 빈틈이 없다. 이념은 그래서 인간 본성을 대변한다. 현실의 삶에 녹아들어 있는 변화하는 본성 때문에 이념의 항상성은 현실에서 크고 작은 역사성·시대성을 담아 각기 다르게 표현돼 왔다. 현실로 잡힐 듯 하지만 허상이고 허상인 듯 하지만 또한 현실이다. 이념은 인간의 의식 속에 있는 변화 속 항상성이다. 그런데 경도된 이념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이념을 한 축으로만 잡고 변화하지 않는다. 변화를 관장하지 않는 이념은 불운을 부르는 아집이다.

 

Q. 이념이 인간의 의식 속에 있다면 인간이 이념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인가

 

A. 인간을 단순히 사람과 동격화 하면 안 된다. 인간은 ‘욕망의 장’ 편에서 사람(人) 관계(間)를 상징하는 네트워크라고 했다. 사람 사이에 무한히 연결된 얽힘의 관계(망)가 곧 인간의 실체다. 이념은 이 같은 무형의 네트워크에 확장된 의식 에너지로 기능한다. 인간이 이념을 만들어 낸 다기 보다 이념을 통해 인간의 형상이 표현되고 구현된다. 인간이 이념을 만들어 낸다는 착각은 인간을 개체인 사람으로 몰이해 하는데 있다. 사람이 이념을 만들 수 있지만 그 이념이 인간(네트워크)을 끝까지 지배하지 못한다. 이념은 언제나 한계를 보인다. (508쪽 : 자유시장은 늘 관계의 망을 깨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더 강화시킨다) 반면 특정한 사람이 잘못 만들어낸 이념이 인간이란 관계의 망에 오작동하면 혹독한 사태를 맞는다. 이념의 부정적 측면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때 인간은 한시적이지만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치열한 얽힘의 관계 속에서 작동하는 이념이 바이러스처럼 인간 네트워크에 주입되면 이념은 나가기를 강력히 거부한다. 마치 박테리아가 인간의 장 속에서 기생하며 주인노릇을 하는 격이다. 본래 유익균과 병원균은 공존하면서 유기체를 건강한 상황으로 이끈다. 건강과 질병 사이에서 마치 시소를 타는 것이 이념의 항상성이지만 유익균이 사라지는 상황이 초래된다. 균형을 깨는 것은 이념의 이상주의다. 사람은 이상향을 향할 때 인간 네트워크에서 이념의 조종간을 놓치는 우를 곧잘 범한다. 누구도 좀처럼 헤어 나오기 어려운 이념의 굴레는 인간 네트워크에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부른다.

 

Q. 사람과 인간의 의미를 달리 쓰는 것부터 올바른 것인지 의문이 드는데

 

A.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말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흔하다. 전자는 사람이 한 명 이상일 때 사람다운 삶을 산다는 원론적 의미를 담았다. 후자는 한명 이상인 사회가 곧 인간이란 말과 상통한다. 따라서 사람과 인간은 엄밀히 구분돼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이념의 부정적 무덤에 깊이 빠진다. 시쳇말로 사람답지 못할 때 ‘인간이 돼라’라는 충고는 관계의 망이 사람보다 본질이라는 것을 사람들 간 상호 묵시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사람만 중시하는 이념의 이상주의는 인간 네트워크에서 어긋나고 충돌한다. 특히 특정단체나 국가가 사람을 선(善)의 이념적 도그마로 내세울 때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고 살상하기까지 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652쪽 : 선한 이데올로기는 권력의 대식가가 되면서 인간 내면의 선한 네트워크까지 짓누르고 압살했다) 사람 중시의 사회가 행복하고 평등한 사회를 구현할 듯 하지만 전체주의 폭력성을 만들어 낸다.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고윤석] ⓒ스카이데일리

         

 

A. 선악을 함께 갖고 있는 사람이 존중감과 자존감을 타자 또는 네트워크가 아닌 자신에서 찾을 때 악을 끄집어내는 것을 잘 모르거나 간과한다. 이념에 젖은 사람은 존중받지 못하거나 자존감을 확신하지 못할 때 더욱 강한 배타성을 띠고 울타리를 치면서 이기심을 키운다. 인간 네트워크에는 아예 발을 들려놓지 않으려는 배타성이 더해져 사람의 본능적 탐욕을 확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사람은 아주 중요한 것을 간과한다. 자신만의 보금자리를 만든 듯한 순간에 극심한 차별이 더 발생한다는 것을 외면하고 만다. 나아가 이념에 서린 악의를 선 의지 또는 선 실현이라고 포장하기 일쑤다. 자아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이념에 경도되기 쉽다. 무능력하고 게으를수록 이념의 경직성에 매료된다. 선 의지 또는 선 실현으로 무장한다고 자임하면서 폭력을 정당화 하는 일상을 산다. (775쪽 : 지나치게 도덕률을 앞세우면 오히려 허위일 가능성이 높다. 이념은 그 상징이다. 이데올로기는 오히려 인간의 폭력성과 악마성을 부른다) 이념은 폐쇄성을 갖고 인간 네트워크를 망가뜨린다. 이념은 그 자리에 새로운 휴먼 네트워크가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선언하지만 그것이 가공의 현실이란 점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인공은 현실과 충돌하면서 휴머니즘이 무너지는 굉음을 낸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선 의지는 끝까지 권력의 칼을 들고 사람을 인공적인 현실에 강제로 꿰어 맞춘다. 그것을 선 실현이라고 착각한다. 사람이 로봇처럼 인공적인 군상이 되는 굴레 속에 들어가면 책임을 근간으로 한 사랑의 관계망이 메마르고 무너진다.

 

Q. 사람보다 사람관계(人間)를 더 본질로 본다면 ‘사람답다’는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A. 사람은 개체성이지만 사람답다는 관계성이다. 사람 사이에서 이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 사람답다고 표현한다. 특정한 개인을 사람답다고 표현할 길이 없다. 착하고 성실하며 책임감이 있다는 등의 표현은 모두 관계성에 기반한다. 반면 외모만을 갖고 사람답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예쁘고 잘생긴 멋진 외모라고 해서 사람답다고 하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서만 사람답다는 평판이 가능하기에 사람다움은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의식의 교류라는 것이다. 사람답다는 것은 인간 네트워크에서 일어나는 도덕률이다. 항상성을 잃은 이념일수록 도덕률을 강력히 추구하지만 거짓으로 포장될 수밖에 없는 길을 가기에 예쁜 꾸러미에 쌓인 위험한 폭발물이다. 위장된 정의, 허황한 이상, 몽상적 현실 등을 추구하기 때문에 제정신이 아닌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무차별의 계급타파를 내세우면서 높은 차별의 탑을 쌓는데 주저하지 않기까지 한다. 사람답지 못한 행세를 하면서 사람다운 척 과시하기를 잘한다. 이들이 경직된 이념을 만들지만 그 이념은 이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657쪽 : 계급은 단순히 많고 적음 그리고 고용과 피고용으로 단순화 된 허깨비 허상(虛狀)이었지만 치밀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공리들은 군중들의 허깨비 환호를 이끌어 냈다)

 

Q. 항상성을 담보하지 못한 잘못된 이념이라면 이성적인 사람들이 이념을 거부할 수 있다고 보는데

 

A. 특정 이념이 잘못이라고 수용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니다. 이념은 잘못을 잘못으로 수용할 여백 자체가 없다. 이념을 거부한다면 사람이 아닌 인간 네트워크다. 경직된 이념의 장막에서는 사람 자신이 들어간 사람의 감옥에서 감옥이라고 못 느끼는 세뇌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자유가 통제되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작동하지 않는다. 자유의지는 이념의 대척점에 세워져 악의로 몰린다. 불완전한 자유의지가 공동선을 파괴시킨다는 신념의 공유가 박제화된 사람들 간에 일어난다. 인간의 불완전성은 이념을 마치 신성화 하는데 기여한다. 불완전한 자유의지가 인간의 아름다운 근본이지만 철저히 배격되고 만다. 선 의지는 완전하고 결점이 없어야 하는 지도체제로 옹립돼 권력으로 승화되며 선 의지 고유의 본질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진다. 이타적 책임은 이기적 독식으로 변질되고 사랑은 허위로 탐욕을 채우는 무기로 꿈틀거린다. (359쪽 : 지식에 지나치게 둘러싸이고 그것이 각종 제도와 가치관 및 이념으로 주변을 더욱 겹겹이 둘러싸면 인간의 자연권에 대한 의구심이 촉발된다) 완전을 지향하는 극단주의 이념의 폭력성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불완전성에 대한 불신이 오만한 완전무결함으로 사람의 일상에 평생 침입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완전한 평화, 완전한 행복, 완전한 인권에 대한 본능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포기는 없다. 독이 든 이념의 해독제도 딱히 없다. 박제화 된 사람들 간 공유된 도덕률이 휴먼 네트워크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우는 일은 전쟁이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선까지 다다른다.      

목차

제1장 신 보수의 가치   1-1. 욕망의 장 1-2. 권력의 장 1-3. 경쟁과 차별 1-4. 빈수레 진보 1-5. 이념의 굴레 1-6. 탈 진영의 길 1-7. 신 보수가치   제2장 누가 약자인가   1-1. 인심과 수심 1-2. 베품과 이기심 1-3. 강자와 약자 1-4. 강자논리 1-5. 약자논리 1-6. 강자의 비탈 1-7. 약자의 험로   제3장 새로운 평등을 말한다   1-1. 불평등 샘 1-2. 평등론 1-3. 평행한 삶 1-4. 삶의 사단(四端) 1-5. 책임의 행복 1-6. 신들의 평등 1-7. 인간의 지혜   제4장 제국주의는 없다   1-1. 열국주의 1-2. 제국과 식민지 1-3. 민족의 꿈 1-4. 제국의 꿈 1-5. 1인 나라 1-6. 초국의 실수 1-7. 무국의 질서   제5장 민중은 가공됐다   1-1. 국민론 1-2. 민중론 1-3. 지성적 시민 1-4. 오만한 민중 1-5. 인공의 허(虛) 1-6. 신들의 공(功) 1-7. 인간의 꿈   제6장 역천의 이념인가   1-1. 건곤(乾坤) 1-2. 변증 소용돌이 1-3. 하늘의 영광 1-4. 반야(般若)의 지혜 1-5. 순천&역천 1-6. 현재형 인간 1-7. 미래 사다리   제7장 이상사회를 논하다   1-1. 제3의 역사 1-2. 사회적 굴레 1-3. 사회의 꿈 1-4. 대동사회 1-5. 커뮤니티 진보 1-6. 이상국가론 1-7. 이상사회론

Q. 수많은 역사에서 좌-우 간 극단적 대립이 잔혹했던 원인인가

 

A. 현상계에서 지고지선(至高至善)도 없고 지고지악(至高至惡)도 없다. 비인간적인 유혈싸움의 원인에 최고선과 최고악의 대립이 있지만 이념의 최고선은 늘 틀렸다. 최고악을 단죄한 선한 깃발을 든 이념의 폭력성은 스스로 최고악과 다름이 없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인간 네트워크가 본래 선의 본성이라는 것을 인정할 때 사람다움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극단주의 이념은 외면해 왔다. (574쪽 : 얼토당토하지 않은 자연의 역주행이 우리 인간사회에서는 흔하게 일어난다. 당연한 자연의 질서가 인간사회만큼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 부자연스러운 질서를 억지춘양으로 만들어 내는 악마적 혼돈이 정의를 포장하는 사례가 많다) 빛이 분광기를 통과하면 영롱한 무지갯빛이 보이듯이 사람이 휴먼 네트워크를 지나면 사람다움이 나타난다. 휴먼 미학은 네트워크 내 사람들 간의 인정이고 신뢰이며 조화다. 무지개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이념의 배타성에서 나오고 이념의 폭력성을 버리는데 있다. 이념의 유혹은 집요하기 그지없지만 신기루 세상일수록 무지개 세상이 아니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선의 환상에 빠질수록 악의 유혹에 빠졌다고 자각하는 길 밖에는 없다. 자신의 선 의지 또는 선 실현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타자를 비극으로 몰아넣고 끝내 자신까지 비운을 자처하는 일이라는 것을 긍정해야 한다. 계급이론의 무용성을 수용하고 매 순간 일어나는 소셜 포지션(삶)의 역동성을 받아들이는 일이 생명의 원류다. 계급타파이론은 눈앞에서 아름답게 보이고 치열한 소셜 포지션은 시나브로 가려져 있다. 하지만 모두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세상은 이기심·시기심을 자극해 아름답지 않은 세상으로 반드시 바뀐다. 계급이론의  진상을 간파하는 판단이 서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셜 포지션은 서로를 이타적으로 묶을 수 있는 여백이 넘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불완전한 자유의지가 생명의 역동성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Q. 이념이 아닌 불완전한 자유의지가 선의를 완성해 간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었으면 하는데

 

A. 인간의 신성은 자유의지를 두 가지 극단성으로 발현토록 했다. 하나는 정해진 운명을 따를 뿐인 자유의지이고 또 다른 하나는 신성과의 공명을 통한 개척정신의 자유의지다. 전자는 신성을 받들지만 끝내 노예의지를 벗어나기 힘들어 엄밀히 인간의 자유의지라고 지칭하지 못한다. 오히려 인성에 있는 의지가 신성의 자유의지다. 후자는 자아를 비울 줄 아는 믿음의 신념 때문에 자아의 독자적 실현이다. 자발적 순환이면서 정신적 의지를 강하게 필요로 하는 인간 네트워크에 미치는 힘이다. 신성과 어깨동무한 개인의 자유의지다. 인간은 스스로 네트워크를 순환시킬 유전자를 가졌다는 것이다. 앞장에서 언급한 경쟁과 차별이 그 동력원임을 믿어야 한다. 경쟁이 끌어가고 차별이 밀어준다. (757쪽 : 불완전한 네트워크가 임계의 법칙에 따라 돈과 부를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 욕망과 권력까지 긍정적으로 작동토록 한다. 욕망의 이기심과 권력의 시기심조차 상호 유도하면서 긍정의 힘을 보탠다. 이 힘은 궁극적으로 선의다. 현실을 치열하게 사는 것이 신성의 눈으로 선의다. 악의를 모두 접수할 수 있는 포용이라면 선의의 완성에 가깝다. 이것이 좋은 운명의 길이다.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만이 저마다의 휴먼세상을 일구는 방식이다. 네트워크상에서 서로 다른 차별이 상호 존중될 때 좋은 운명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그 운명은 모두에게 혜택이 가도록 더 빠른 속도로 순환한다. 그 순환을 크게 돌릴수록 신적 권능의 자유를 느낀다. 불완전한 선의 속에 끊임없이 역동하는 자유의지가 공과 색 그리고 색과 공의 상호유도 및 유도교란으로 선의를 쌓아간다.

 

Q. 인간 네트워크인 자유시장 체제에 이념이 흡수돼야 한다는 의미인가

 

A. 막시즘의 이념은 엄밀히 죽었다. 살아 있어도 관 속에 들어가야 한다. 치열한 현실이 무수히 증명했다. 시장의 순환싸이클이 계급을 만들지 않고 계급을 녹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진보의 가치가 부활하는 역설을 마주해야 한다. (208쪽 : 자유시장의 선악은 일반 천사와 악마의 극단적 대립과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선악의 보편적 구분이 불가능하다. 선덕과 악덕이라는 ‘덕’의 축에서 순환한다는 개념이다. 선악의 분명한 얼굴은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 시장경제에 이념이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내적 문제를 치유하는 기회의 시간이 이념에게 선사된다는 측면을 봐야 한다. 기회를 잡으려면 어제의 이념을 진정성 있게 내려놓는 일에 달렸다. 약자에 대한 극단적 신념이 바뀌고 강자에 대한 일방적 적의감을 불식시켜야 한다. 순환하는 시장에서는 약자와 강자가 따로 없다. 순환하지 않을 때 강자의 횡포가 종을 울린다. 순환은 약자에게 노력하면 기회를, 강자에게 게으르면 추락을 각각 선사한다. 진보의 경직성처럼 순환이 삐걱거리거나 멈추면 이런 기능이 상실된다. 멈춤은 숨을 멎게 하며 종국에는 숨통을 조인다. 이념의 틀이 아닌 역동하는 생명 속에서 순환의 운명이 꿈틀거린다. [계속]

 

[스카이데일리 알앤알(R&R, Rich-Research)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