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나일본부설로 왜곡된 호태왕의 패수대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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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헌식의 대고구리

임나일본부설 날조 위해 호태왕 비문에서 글자 없앤 일제의 만행

성헌식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16 16:27:58

<고구리사초략>과 <삼국사기> 양쪽에 다 기록돼있는 8000여 백제군의 목을 베었다는 패수대첩이 △과연 호태왕 비문에 새겨져있는지 여부와 △만일 새겨졌다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광개토왕 4년의 패수대첩은 공적비에 새겨지지 않았던 것으로 인식됐다. 그 이유 첫째는 공적비보다 1년 늦은 <삼국사기>의 호태왕 즉위년도 때문이다. 둘째는 일제가 허구의 임나일본부설을 날조하기 위해 관련 문구에서 2글자(□□)를 없애버려 비문의 내용이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호태왕의 공적은 5년(을미) 비려(碑麗) 정벌부터 언급돼 있다. 이어지는 문구는 일제가 임나일본부설을 위해 조작했다는 세칭 신묘년 기사며 그 다음에는 6년(병신) 백잔 정벌 순으로 새겨져 있다. <고구리사초략>에 따르면 5년 8월의 패수대첩은 6년 백제정벌 전쟁과는 별개다.

(5년 을미 비려 정벌 ~~~) 百殘新羅舊是屬民由來朝貢而倭以辛卯年來渡海破百殘□□新羅以爲臣民 (6년 병신 백잔 정벌 ~~~)

일제는 깨어진 □□가 가야라고 주장하면서 “백잔과 신라는 옛날부터 속민이라 조공을 바쳐왔는데 왜가 신묘년(391)에 바다를 건너와 백잔·가야·신라를 깨고 신민으로 삼았다”고 해석하면서 호태왕비문이 임나일본부설을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라고 강조했다.

임나일본부설이란 일본학자 스에마쓰 야스카즈(末松保和)가 주장한 학설이다. 4~6세기에 왜가 한반도 남부 임나(가야)지역에 통치기구를 세워 200년간 식민지로 다스렸다는 주장으로 완전 조작된 허구의 역사이론이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서는 이를 옹호하는 얼빠진 학자들이 꽤 있다.

▲ 비가 오자 변조된 글자에서 횟물이 흘러나오는 모습. [사진=필자 제공]

호태왕비는 1883년 관동군 정보장교 사코우(酒勾) 중위의 눈에 띄어 쌍구가묵본(雙鉤加墨本) 탁본이 일본으로 전해져 전문가에 의한 해독작업을 거쳐 1889년 『회여록(會餘錄)』에 그 내용이 처음 발표됐다. 그 전에 임나일본부설을 조작하기 위해 비석에서 □□가 깨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 일본의 주장에는 문제점이 많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묘년은 391년으로 고국양왕 8년이고 호태왕은 392년에 즉위했다고 기록돼 있다. 선왕 때 사건을 후왕의 공적비에 새기는 경우가 없다. 또한 고구리비에 왜가 주어가 되고 주변국들끼리 있었던 사건을 새길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호태왕의 공적비석이므로 생략된 고구려를 주어로 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을미년이 영락 5년이므로 신묘년은 호태왕 즉위 원년이 된다. 필자도 연구 초창기에는 □□가 무슨 글자인지 알 수가 없어 위 문구가 6년 백잔 정벌의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문구 정도로만 인식했었다.

그런데 <고구리사초략>에 깨어진 □□가 무슨 글자였는지를 알려주는 문구가 있으니 “영락 5년 을미 8월에 백제의 진무가 또 빈틈을 노리고 쳐들어와 상이 기병 7000여을 휘몰아 패수에서 8000여 수급을 노획했다. 말갈이 신라의 실직을 침략했다.(末曷侵羅悉直)”는 기록으로 문제의 핵심인 □□는 바로 갈침(曷侵)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영락 5년 2월 비려 정벌 이후의 문구는 “백잔과 신라는 옛날부터 속민이라 조공을 가져왔고 왜는 신묘년(호태왕 즉위년) 이래로 바다를 건너 (조공을) 바치러왔다. (8월에 고구리가) 백잔을 깼고 말갈이 신라를 신민으로 삼기 위해 침범했다”로 해석된다.

따라서 영락 5년에 8000여 백제군의 목을 벤 패수대첩은 호태왕비에 파백잔(破百殘)이라는 세 글자로 새겨졌던 것이다. 특히 이어지는 영락 6년 병신년 기사가 모두 백잔 정벌에 관한 내용인지라 5년 패수대첩은 간단하게 표현한 것 같다.

8월의 패수대첩 이후 “백제 아신왕이 패수에서의 치욕을 씻기 위해 11월에 7000의 병력으로 한수(漢水)를 건너 청목령에 이르렀다가 큰 눈이 내려 많은 병사가 얼어 죽자 군사를 돌려 한성(漢城)으로 돌아가 군사들을 위로했다”는 기록에서 호태왕이 거둔 패수대첩은 패한 백제에게는 엄청난 치욕이었음을 알 수 있다.

계속되는 백제 아신왕의 도발에 화가 난 호태왕은 6년 병신(丙申)년에 아예 백제의 도성을 공격하게 된다. 당시 백제의 도성은 어디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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