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개소세 인하…車 업계 “기대 반 우려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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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개소세 인하 혜택 내년 6월까지 연장
세금 정책 따라 판매량 요동…개소세 장기화에 소비진작 효과 의문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0-12-20 13:09:48

▲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대회를 열고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내년 6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세율은 기존 5%에서 3.5%로 30% 인하됐다. 사진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생산라인. ⓒ스카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자동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혜택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내비췄다.

다만 개소세 인하에 따른 내년 소비 진작 효과는 올해 수준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시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사용돼야 할 세금 인하 정책이 너무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내수 진작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확대 국민경제자문회의 및 2021년 경제정책방향 보고대회를 열고 자동차 개소세 인하 조치를 내년 6월까지 6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세율은 기존 5%에서 3.5%로 30% 인하됐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파급 영향 최소화와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통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넉달 간 개소세를 70% 인하한 바 있다. 이에 세율은 1.5%로 대폭 낮아졌다.

이후 7월부터는 개소세 인하 폭이 30%로 축소됐다. 정부는 해당 혜택을 연말까지 유지하는 대신 기존에 있던 100만원 한도를 없앴다.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내년에도 개소세 인하 혜택은 유지될 예정이다. 그러나 100만원 한도는 다시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개소세 인하 정책이 연장되는 것에 당장 안도하고 있다. 그동안 개소세 인하 폭이 줄어들거나 정상 세율로 환원되면 차량 판매가 급감하는 양상을 띠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당초 개소세 인하 혜택이 없어질 것으로 여겨졌던 내년 초 극심한 판매 절벽 현상이 초래될 것으로 우려해 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내년 내수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가운데 개소세 인하 연장은 시의적절한 조치인 만큼 자동차 업계는 크게 환영한다”면서 “다만 노후차 교체 지원 정책이 빠져서 아쉽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년엔 개소세 인하에 따른 판매 증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부양책은 일시적으로 사용해야 효과를 발휘하는데 개소세 인하 혜택 기한을 연장하고 또 연장하면서 거의 2년 간 유지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세금을 제대로 낸 소비자보다 덜 낸 소비자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정책 형평성은 물론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1~2월 두달을 제외하면 2018년 7월부터 현재까지 1년 반 동안 개소세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이번 6개월 연장 결정까지 더하면 개소세 인하 혜택은 거의 2년 간 지속된다.

특히 올해 1월 개소세를 5%로 적용했다가 불과 2개월 만에 혜택의 폭을 파격적으로 확대한 1.5% 세율을 적용하면서 일부 소비자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의 취지는 인위적인 세율 조정을 통해 차량 구매 수요를 늘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데 있다. 정부가 올해 펼친 개소세 인하 혜택으로 차량을 구입하려 했던 사람들 중 대다수는 세금을 아낄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구매 시기를 앞당겨 차량을 구입해 왔다. 그러나 혜택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내성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기대하는 수준의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 완성차 업계는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세금 인하 기간에만 차량을 구매하게 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월 개소세 세율이 5%로 돌아오자 판매가 급감했다. 세금 인하 정책이 오래 유지될수록 판매 급감 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소비 심리 위축 가속화가 우려되는 시점에 개소세 인하 기간이 연장돼서 다행이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는 세금을 온전히 내는 소비자만 바보가 된다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도 정부의 세금 정책에 따라 판매 실적이 요동치는 게 올바른 방향인지 의문이다”며 “개소세 폐지가 어렵다면 국민 중 대다수가 사치재라고 동의할 만한 고가의 프리미엄 차량에만 부과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