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대비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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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휘락의 안보정론

북핵에 대비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정부·국민 모두 안일한 집단사고에 빠져 핵위협 무시

박휘락 필진페이지 + 입력 2020-12-22 12:42:32

언론은 연일 다양한 국내문제로 떠들썩하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징계, 코로나19 백신 확보 여부, 부동산 가격의 급등, 공수처장 선택 문제 등이다. 가끔 국외문제도 언급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 다른 국가들의 코로나 피해와 대응 현황, 영국 축구팀에서의 손흥민 선수 활동 등이다. 다소 어수선한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것도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도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평생을 안보문제를 연구해온 필자로서는 걱정이 많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북핵 위협이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7년 9월 3일 제6차 핵실험을 통하여 수소폭탄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하여 성공하였다. 급기야 한미 양국 정부는 어떻게든 북핵을 폐기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여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회담을 포함한 두 번의 미북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당시 언론에는 연일 한미 정상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정이 대서특필되었다. 그러나 2019년 2월 28일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협상을 통한 북한의 핵무기 폐기 노력은 중단되고 말았고, 그 동안 북한은 상당한 핵전력을 증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 랜드 연구소의 브루스 베넷(Bruce Bennett) 박사는 올해 10월 북한이 50-1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200-300개를 목표로 증산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화성-16형’과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2호’를 과시하기도 했다. 유사시 미 본토에 대한 핵공격으로 위협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차단할 능력을 구비하게 된 것이다.

대화를 통한 북핵 폐기에 성공하지 못하였고, 북한이 핵능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면 한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북핵 대비에 철저해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우리들에게 북핵 문제는 사라졌다. 정부와 국민 모두 심각한 안일의 집단사고(groupthink)에 빠져서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이 있는 한 북핵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심지어 핵무기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이고, 아무리 무도한 북한 정권이라도 동족인 남한에 대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걱정해봐야 소용없다고 포기하고 있는 사람도 없지 않다. 국민들의 마음이 이러할수록 정부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대통령이 북핵 대비를 언급하거나 국방부가 나름대로의 대비계획을 발표한 바는 없다.

북핵 문제에 전전긍긍하는 사람으로서 2021년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기에, 다시 한번 북핵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정부에게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2018년부터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협상을 통한 북핵 폐기가 성공 또는 실패했는지를 평가하고, 성공하지 못하였다면 어떤 실수가 있었고, 무엇을 시정해야할 것인지를 분석하여 국민에게 보고하라.

둘째, 북한이 핵전력을 어떻게 증강하고 있고, 현재의 핵능력이 어느 수준이며, 어떤 전략으로 핵무기를 활용하고자 하는 지를 평가하여 보고하라.

셋째, 북핵에 대비한 우리의 대응전략과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 현재의 대응태세의 수준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라.

넷째, 북핵 대응에 있어서 한미동맹이 어느 정도 중요한지를 평가하고, 정부가 한미동맹 또는 한미 연합의 북핵 억제 및 방어태세 강화를 위하여 어떤 복안을 갖고 있고, 어떤 노력을 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도 보고하라.

중국 병서의 사마법(司馬法)에서는 “세상이 편안할지라도 전쟁에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위험해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과거 우리는 눈앞의 안일에만 집착하는 집단사고에 빠져서 대비를 하지 않은 결과로 임진재란, 정묘 및 병자호란, 한일합방, 6.25전쟁 등 참혹한 전쟁의 피해를 입었다. 현재와 같은 무사안일이 지속된다면 북핵으로부터도 유사한 참혹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G20의 선진국이라면, 이제는 안보전략도 만전지계(萬全之計)를 지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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