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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웃과 다투거나 변론만 하고 남의 은밀한 일은 누설하지 말라 듣는 자가 너를 꾸짖을 터이요. 또 네게 대한 악평이 네게서 떠나지 아니 할까 두려우니라.” <잠언 25 : 9 ~ 10>
올 한 해는 코로나19 대처로 온 국민들이 힘겹게 보냈던 것 같다. 현대에 들어서 이렇게 오랫동안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인들이 고통 받은 예는 없어 보인다. 이런 일은 현대인들이 경험한 것으로는 초유의 일이라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창세기 13장 14절 말씀을 되새겨봤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주신 말씀인데, 여기서 제일 중요한 문장 구성요소를 보면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다. 우리 모두가 이 표현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생각하고 그 의미를 삶의 자세로 삼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고 힘들 때는 시야가 좁아져 판단시야가 확 줄어드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이럴 때 해결하는 메커니즘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것이 상책이다. 하늘을 한번 쳐다보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의 시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내내 적폐청산, 검찰개혁을 주창하며 ‘윤석열 죽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줏대 없이 추종하는 부류들을 보면서 느끼는 느낌이다. 삶에는 지식보다 더 필요한 게 지혜다. 추 장관의 무모한 언행이 지속되면서 민주주의와 법치라는 민주공화국의 두 기둥뿌리가 흔들리는 이변을 낳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검찰개혁을 원하고 있다. 문제는 당초의 의도와는 달리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 자르기에 몰두하다보니 엉뚱하게도 민주주의와 법치 파괴가 현실로 돼 버렸다. 추 장관에 의한 윤 총장의 징계가 곧 무법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법은 절차와 정당성을 의심 받게까지 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눈엣가시 같은 윤 총장을 잘라내고 또 윤 총장을 감방에 보낼 수 있는 공수처법 개정안도 통과되었으니 이제는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 임명하는 일만 남았다며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권력이 무법시대(無法時代)를 만들면 결국 무법의 피해는 정권이 고스란히 입게 마련이다. 끝내 무너지고 비참하게 나뒹구는 것은 지배자들이다. 민심이 떠나고 저항 때문에 소모가 많다. 더욱이 지지하던 지지자까지도 모두 외면한다.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면 흔히 ‘하늘이 버렸다’ 란 표현을 쓰게 된다.
하늘이 권력을 버리는 이야기로 구약성경에 있는 이스라엘 역사서 ‘역대기’ ‘열왕기’ 만큼 자세하게 열거한 것도 없다. 신심 깊었던 왕들이 권력의 오묘한 맛을 알면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남의 것을 빼앗는 등의 악행을 저지르면서 죄악에 빠지는 기록들이다. 이스라엘의 역사서에 따르면 권력자의 교만을 완성시키는 무리는 대체로 거짓 예언자들이었다. 원래 예언자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여겨졌다. 정권에 굴종하지 않고 공동체의 보편적인 상식과 원칙을 하나님의 이름으로 경고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그러나 권력과 내통해 왕이 하고 싶어 하는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정권의 부역자로 타락하는 거짓 예언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일례로 야합이란 왕은 전쟁광이었는데 거짓 예언자들이 정치 무대에 등장해 그를 부추긴다. 그들은 “전쟁터로 가세요. 승리는 임금님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 성을 임금님의 손에 넘길 것이다”고 아부했다.
그러나 단 한 사람, 참 예언자 미가야는 왕 앞에서도 죽음을 불사하고 전쟁에 참여하지 말라고 했다가 거짓 예언자에게 뺨을 맞고 야합 왕의 명령에 따라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돼 버렸다. 이 때 미가야는 왕께 “편하게 돌아오지 못할 것” 말했는데 기록에 보면 실제로 왕이 화살을 맞고 전사했다. 정권은 무너지고 예언자들은 세상의 웃음꺼리가 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권은 권력의 실세들이 범죄를 저질러 수사를 받게 되자 갑자기 추 장관을 내세워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과거 정권 사람들을 잡아넣을 땐 ‘우리 총장님’하며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윤 총장을 졸지에 죄인으로 몰아갔다. 그야말로 문 대통령이 말했던 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체험하게 됐다. 한 입으로 두 말하고, 둘러치기가 이처럼 심한 정권을 보지 못한 것 같다.
검찰개혁은 이 정권에서 우상이 돼 버렸다. 그야말로 계륵이 돼 민주당마저 어쩌지 못할 만큼 돼 버렸다. 그나마 내용까지도 오직 ‘윤석열 제거’가 전부라서 노무현 시대 때 널리 공감을 받았던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실체는 아예 없어졌다. 여기에 ‘종교계 100인이 시국선언’ 이니, 정의구현사제단이 끼어든 ‘천주교 사제, 수도자 선언’이니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이니 하면서 소위 종교지도자를 자처하는 군상(?)들이 맞장구를 치기까지 했다. 이들의 행동을 굳이 비교한다면 야합 왕 시대 400인의 정권 부역 종교인들의 패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총장의 임기보장 원칙을 중단해야 할 만큼 중대 사유라면 대통령의 해임과 의회의 탄핵소추 이외는 법치와 의회주의의 파괴다. 징계절차를 규정한 검사 징계법(제23조)이 임명권을 규정한 헌법과 검사 탄핵에 대한 검찰청법 위의 상위법도 아니다. 절차적 정당성에 앞서 징계사유의 중대성 자체도 문제다.
또 징계위원회 결정의 효력은 실질 근거를 갖기도 어렵다. 법무차관, 감찰위원회, 법원에 의해 세 번이나 거부당하고 또 전직 검찰총장을 비롯한 고검사장과 전국법학대학교수, 전국대학교수모임 등에서까지 지적을 받았으면 관료적 절차는 중단했어야 옳았다.
특히 검찰총장처럼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거쳐 임명한 국가고위직은 장관에 대해 책임을 지는 자리가 아니다. 국민의 공복(公僕)이지 권력자나 상급자의 충복(忠僕)이나 충견(忠犬)은 전혀 아닌 것이다.
윤 총장이 징계를 받은 지 8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이 결재한 징계(정직 2개월)를 법원이 중단하라는 결정에 따른 것이다. 지난번 직무배제 처분 때와 마찬가지로 법원은 추 장관의 무모한 징계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징계절차와 사유가 모두 엉터리 수준이기 때문에 법원 판단은 지극히 합당한 판결이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권력기관 개혁’을 거론하며 은근히 법원을 압박했지만 법관은 흔들리지 않았다. 앞선 윤 총장 직무배제 무효화 결정과 정경심 유죄판결 구속 판결은 사법부 존재 의의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것은 물론 대한민국에 희망을 안겨주었다.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법원이 제동을 걸어서는 안 된다는 추 장관 측의 주장은 배척됐다.
청와대와 집권여당, 추 장관을 맹견처럼 추종하는 세력들은 이제 윤 총장 몰아내기는 포기해야 한다. 하면 할수록 수렁에 더 깊이 빠져 헤어 나올 수 없다. 특히 입버릇처럼 공수처 수사 1호대상이 윤 총장이라고 공공연히 주장하는데 이 같은 언행은 결국 공수처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주장을 하는 부류들이 거의 피의자 신분에 있어, 공수처가 정권 호위 조직임을 온 세상에 드러내며 빈축을 사게 됨을 알아야 한다.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정권을 불편하게 하는 판결과 결정이 나오자 여권 정치인들과 친 정부 인사들이 거세게 판사들을 공격하며 심지어는 판사개혁까지도 들고 나온다. 집권 여당 법원 총공격에 나서려면 심권분립부터 새롭게 배운 후 말하라. 그리고 그에 앞서 국회부터 개혁하자고 말하라.
사법부는 충견처럼 우리 결정을 따르라는 식이면 입법 독재적 발상이다. 가뜩이나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법사위에 배치한 국회가 아닌가. 판결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순 있겠지만 재판 결과와 재판부를 공격하는 건 법치주의 위협이다.
이제 정경심의 유죄판결로 여권 주장의 허상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고 국민들에 혼란을 야기한 결과에 대해 추 장관과 함께 공개사과를 하고 동시에 법무부와 검찰의 측근들을 이용해 위법 부당한 징계를 꾸민 추 장관을 즉시 경질해야 한다.
집권당 역시 조국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해야 옳다. 더 이상 법치 파괴와 국가분열 조장을 하지 않아야 한다. 더구나 민주당은 위헌소지 법률안을 무더기로 밀어붙여 의회 민주주의 조종을 울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 않은가.
오만 방자함을 버리고 최소한의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켜보는 것이 마땅한 자세다. 대법원장도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 같은 무모한 행위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하나님이여 침묵하지 마소서 하나님이여 잠잠하지 마시고 조용하지 마소서”<시편8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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