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진실 감출 수 없다’는 첫 판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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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원순 前시장 성범죄 사실상 인정
‘선택적 정의’ 내세운 남 의원 사퇴 마땅
페미니즘 변질시킨 여성단체도 개혁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19 00:02:01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범죄를 법원이 공식 인정했다. 사실상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14일 서울중앙지법은 “피해 여성이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적시했다. 피해 여성의 비서실 동료였던 별건 피고 정모 씨에 대한 판결문을 통해서다. 정 씨는 작년 4월 회식 자리에서 만취한 피해자를 모텔로 데리고 가 성폭행해 징역 3년6개월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 됐다. 박 전 시장을 ‘공소권 없음’으로, 그 측근들의 성추행 방조 의혹을 ‘무혐의’로 처리한 경찰의 167일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뒤늦게나마 확인되었다.

박 전 시장으로부터 “냄새 맡고 싶다” 같은 야한 문자와 속옷 차림의 사진을 받았고, 평소 “몸매가 좋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간다” 등등의 노골적인 발언이 있었다는 피해자 증언을 재판부가 받아들였다. 어영부영 수사를 종료한 경찰에 대한 불신이 증폭된다. 피해자에 N차 가해를 거듭한 현실도 지나칠 수 없다. 가해자 본인이 자살했다 해서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돼선 안 된다. 자살하든 자살당하든 목숨을 끊는 반생명적 윤리에 힘을 실어줘서 되겠는가. 끝까지 밝히고 따져야 한다. 죽음으로도 진실을 감출 수 없다는 사회적 인식을 심어야 한다. 진위 논란마저 있는 박 전 시장 유서엔 오로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을 향한 두루뭉술한 감상조의 회한만이 쓰여 있다. 사과도 받지 못한 피해 여성은 졸지에 그를 죽음으로 내몬 존재가 되었다.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한다. 가혹한 일이다.

‘피해호소인’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진영의 명운을 걸고 박 전 시장을 비호하는 사람들의 필사적 노력이다. 기발하긴 하나 사태를 물 타기 하는 속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이를 풍자하는 ‘~호소인’ 우스개가 세간에 떠돌고 있다. ‘선택적 정의’는 가치기준 자체를 허문다. 거짓 미투 이상으로 나쁘다. 실은 새로울 게 없다. 특정 진영 내부에서 미투는 오랜 권력투쟁의 도구이자 숙청 방식이다. 운동가들은 상대적 내지 의식적으로 자유로운 성윤리를 견지했다. 그들의 과거엔 미투로 터질 크고 작은 에피소드가 흔하다. 동지적 우정에 기댄 남성 멤버의 안이한 행동들은 거의 묻혀 지나갔다. 훗날 필요할 때 선택적으로 고발될 뿐이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 건물에 “여성단체는 정치 이익에 눈멀어 박원순 시장 사건에 가해자와 함께 했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한 막내 여성운동가의 항의였다. 이 단체 대표였던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사퇴한 김영순 전 대표, 남 의원 보좌관 출신 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가 개입하고 피해자를 곤경에 빠뜨린 사실에 분노한 것이다. 남 의원에게 “당신의 자리는 당신의 것이 아니라 ‘여성’과 ‘인권’의 대표성을 지닌 자리”라며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피해자의 항변은 정당하다. 30여년 역사의 여연은 우리나라 여성권익 신장에 큰 역할을 했으나 586운동권 출신의 진입으로 이념적 당파성이 강해졌다. 페미니즘은 괴물로 변질됐다.

여연 출신으로 민주당을 통해 총리·장관·국회의원 자리를 얻은 여성이 10명이나 된다. ‘여성을 이용하는 단체’가 여성 단체인가. 압권은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다. 우리 근대사의 최약자, 평안한 노후 속에 위로 받아야할 분들을 항일투사로 내몰아 착취했다. 수요집회 모금과 각계각층 기부금을 독점 관리해온 윤 의원은 횡령·배임 등 6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그럼에도 금세 정치생명이 끝날 것 같지 않다. 현 민주당 주류를 먹여 살려왔기 때문이다. 성역화 된 화수분 위안부 운동은 진영의 정치자금 줄이었다. 그들에게 선택적 정의는 자연스런 생존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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