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과로사 대책, 말보단 실천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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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범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19 00:02:27

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총파업을 예고했다.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롯데, 한진 등 주요 택배사들의 과로사 대책이 발표된 지 두 달 반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약속했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연말연시를 맞아 택배물량이 폭증할 경우 또 다시 과로사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국택배노조는 19일 예정된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과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20~2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총파업에 돌입할 거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CJ대한통운과 우체국, 한진, 롯데, 로젠 등 사상 처음으로 5개사 조합원 5500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설 명절 택배대란은 불가피하다.

택배노조가 과로사를 막기 위해 택배업계에 요구하는 건 크게 3가지다. 분류작업 인력 투입과 야간배송 중단 및 지연배송 허용, 택배요금 정상화 등이 그것이다. 특히 그간 꾸준히 택배기사들의 업무 부담을 높이는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의 경우 택배사가 인력 투입 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관리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택배노조가 내건 요구는 사실상 지난해 추석과 연말연시 특수 당시 언급했던 내용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미 택배사들이 택배 분류인력 충원, 심야배송 금지 등을 약속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택배업계에선 택배기사들의 과로사가 대책이 마련된 이후에도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1년 동안 택배노동자 16명이 과로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택배사들이 과로사 대책을 발표한 뒤에도 그 해 12월 4명, 올해 1월 1명이 과로로 쓰러져 숨지거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사태의 심각성이 적지 않다.

정부도 택배기사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위법사항을 조사하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국토부와 고용부, 공정위 등 정부부처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택배 산업 내 불공정 사례를 접수받은 결과 총 75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결과를 살펴보면 과로사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분류작업으로 인한 불공정 사례 신고는 4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분류작업에 대한 문제보단 수수료를 편취·지연지급, 영업점의 비용 전가, 부당한 업무지시, 택배 분실·훼손 책임 일방적 전가, 부당한 계약해지 등이 지목됐다. 노사 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류인력 충원 등에 대한 문제보다 시급하게 해결돼야 할 사안들이다. 택배업계에 만연한 불공정 관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표준계약서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정부는 설 명절을 앞두고 물류대란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19일 노·사·정이 참석한 사회적 논의기구 등을 통해 택배산업 내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해 공정한 산업질서를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택배업이 안전하고 질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차례 사회적 논의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오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야말로 현실성 있는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임현범 hby6609@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