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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행보가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했다는 SK하이닉스의 주장과 달리 정작 지역주민들과의 협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안성시 주민들은 SK하이닉스가 이익추구에 급급한 나머지 60여년째 이어지고 있는 삶의 터전을 파괴한다며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ESG 경영’, ‘新 기업가 정신’ 등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영이념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 사업을 두고 안성시 고삼면 주민 등 이해당사자들과 오랜 시간 마찰을 빚어왔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시 원삼면 일대에 약 448만㎡(약 135만평) 규모로 설립된다. 여기서 나오는 오·폐수는 하수처리 과정을 거치고 용인에서 안성으로 이어지는 한천에 방류될 예정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안성시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한천에 방류된 물이 종국엔 고삼저수지, 안성천 등에 흐르기 때문이다. 그간 안성시 주민들은 고삼저수지와 안성천에서 농업용수 등을 조달해왔다. 방류수로 수질이 오염될 경우 생태계 파괴는 물론 거주민들의 삶 자체가 망가질 수 있다는 게 안성시 주민들의 주장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오던 갈등은 최근 상생협약 등이 체결되며 일단락되는 듯 했다. 지난 11일 경기도청 등에 따르면 용인시, 안성시, SK하이닉스 등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의 성공적 조성과 상생협력 증진을 위한 관계기관 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방류수 수질 관리 수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만약 방류수로 인해 농산물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추정될 경우 해당 농업인과 안성시가 추천하는 기관의 검사를 통해 지체 없이 농민에게 피해를 보상한다. 아울러 방류수의 수질상태와 방류수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합동조사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매년 공개한다.
또 산단 내 급식업체가 사용하는 농산물의 80%를 안산·용인지역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관내 장사시설 이용료 감면 혜택을 안성시민에게도 적용키로 했다. 일련의 조건에 따라 안성시가 산단 조성 사업에 협조한다는 게 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스카이데일리 취재 결과 안성시 주민들은 여전히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반대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내용과는 달리 SK하이닉스와 지역주민들간 협의된 부분이 없다는 게 안성시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방류에 따른 수질오염과 생태계 변화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성시 고삼면 인근에서 50년 넘게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산단 오·폐수처리 계획서 등에 따르면 하루에만 36만톤의 방류수가 흘러내려온다”며 “기존에 내려왔던 양보다 훨씬 많은 물이 내려오는만큼 저수지 문을 열어놔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에 있던 어류들이 체구가 바뀌거나 적응을 못해 죽을 수 있다. 생태계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성시에서 양식업 등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생계가 파괴될 수 있다”며 “고삼저수지는 1963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농어업에 종사하는 안성 시민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있다. 이런 곳을 한 기업의 이익을 위해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을 무시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안성시 주민도 “국가 먹거리를 위한다는 취지로 고용창출 효과가 날 수 있지만 이 곳에 오래 거주해온 주민들의 입장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야한다”며 “이 같은 방류수로 인해 수질 오염이 발생할 시, 고삼저수지 물을 농업용수로 쓰는 인근 농민들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상황은 최태원 회장이 줄곧 강조해온 ‘새로운 기업가 정신’은 물론 SK하이닉스가 스스로 발표한 ‘SV 2030’ 로드맵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점에 논란을 키운다. 자연스레 이석희 사장의 책임론까지 제기된다. 기업 총수의 의지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스스로 내세운 목표와도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SV 2030 로드맵을 통해 ‘환경’, ‘동반성장’, ‘사회 안전망’, ‘기업문화’ 등 4대 사회적 가치(Social Values·SV) 창출 분야를 정하고 각각 2030년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V 2030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해야 할 기업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이번 선언에 담겼다”고 밝혔다.
일련의 논란과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상생협약 등을 맺고 안성시 및 안성시 주민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상생협의회에서 도출된 내용들을 토대로 SK하이닉스가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앞서 주민들과 따로 협의를 진행하지 않은 문제와 관련해서는 “안성시 대신 SK하이닉스가 주민들과의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경우 시각에 따라 월권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었다”며 “SK하이닉스는 가능한 영역에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협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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