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 ‘군기’ 빠진 군대는 군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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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임원사들, 육군총장을 인권위에 진정
젊은 장교들 ‘반말 명령’ 문제 놓고 발끈
“군대 계급은 신성불가침의 원칙” 지켜야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1 00:02:01

우리 군의 기강을 다잡아야겠다. 이른바 군기 확립이다. 군기는 어떠한 환경 하에서도 군 조직의 상하 복종과 일정한 행동을 자율적으로 하는 정신적 태도 및 사기, 훈련 상태를 뜻한다. 전력의 근간이자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특수집단인 군이 유지되는 제1 덕목이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육군 주임원사 일부가 육군참모총장이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시끄럽다. 사건의 발단은 남영신 육군총장이 지난 연말 육군 대대급 이상 부대의 주임원사들과 가진 화상회의에서 촉발했다. 이날 회의에서 남 총장은 “나이로 생활하는 군대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나이 어린 장교가 나이 많은 부사관에게 반말로 명령을 지시했을 때 왜 반말로 하느냐고 접근하는 것은 군대 문화에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장교가 부사관에게 존칭 쓰는 문화, 그것은 감사하게 생각해야 합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몇몇 주임원사들이 발끈해 진정을 낸 것이다.

남 총장의 발언은 최근 각급 부대에서 부사관들이 장교를 집단 성추행하거나 명령 불복종을 하는 등 잇달아 일어난 하극상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일종의 지휘 발언이다. 실제 전후방 각급 부대에서 여전히 나이 많은 부사관들의 젊은 신임 소대장 길들이기나 대놓고 명령을 무시하는 사례가 이따금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진다. 초급 장교들을 대상으로 아예 “부사관을 ‘~님’이라고 호칭하라”는 교육을 실시하는 부대도 있다고 하니 상황은 심각하다. 남 총장 발언은 이 같은 하극상을 우려한 것이다. 이러니 육군 안팎에선 “부사관들이 이젠 참모총장까지 길들이려는 것인가, 총장 망신주기로 장교단과 부사관단 편 가르기 아니냐”는 등 개탄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사례를 부풀려 마치 모든 부사관들이 장교를 무시하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 부대에선 장교·부사관 간 ‘상호 존중’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20대 신임 소위가 50대 부사관에게 “자네가 주임원사인가”라고 말한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 공관병들에 대한 소위 갑질 의혹으로 국민적 공분을 산 채 군복을 벗었던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무혐의가 된 일도 이 같은 군대 내 분위기와 궤를 같이한다고 하겠다.

군은 지휘계통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 특수 조직이다. 군대에서 상명하복은 신성불가침의 원칙이자 유사시 전쟁 필승의 원천이다. 남영신 총장이 주임원사들을 상대로 군 조직의 근간인 계급체계를 상기시킨 것은 이에 대한 강조다. 동시에 남 총장의 발언은 군의 치부를 대외적으로 드러낸 고육책으로도 읽힌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최근 민간에서 불고 있는 갑질 문화와 왜곡된 민주주의의 군내 유입에서 비롯된 폐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장교 지원자 감소와 군이 경력과 전문성 위주로 흐르는 과도기적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부에서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욱 국방장관은 이를 고려해 선진군대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군 조직의 양대 축은 장교단과 부사관단이다. 장교는 관리자, 부사관은 전문가 그룹으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상적인 군대는 계급보다 직무로 일을 하고 직무로 존중받는 것이겠지만, 현실에서의 강한 군대는 계급을 존중하고 상명하복의 질서 안에서 서로 존중할 때라야 가능하다. 군은 이번 논란을 현명하게 풀고, 인화단결하는 계기로 삼아 멋진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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