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기로 르노삼성차, 임직원 대상 희망퇴직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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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 희망퇴직…임원 40% 축소·임금 20% 삭감
수익성·경쟁력 제고 위한 자구책…부산공장 경쟁력 저조·임단협 난항

오창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1 16:53:39

▲ 르노삼성자동차는 2019년 3월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2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21일 발표했다. 사진은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스카이데일리

르노삼성자동차가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생존 전략을 가동하기로 했다. 이에 모든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유럽 시장이 위축된 데 이어 닛산 로그 위탁 생산 종료로 르노삼성차의 적자가 늘자 르노그룹 역시 강도 높은 자구책을 요구하고 있다. 경쟁력 개선 없이는 향후 신차 수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차는 2019년 3월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다음달 26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21일 발표했다.

근속년수에 따른 특별 위로금과 자녀 1인 당 학자금 1000만원, 차량 할인 혜택 등 희망퇴직 시 받는 처우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임직원 한명 당 평균 1억8000만~2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차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12년 8월 이후 8년여 만이다. 2012년 당시엔 900여명의 임직원들이 희망퇴직했다. 르노삼성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1년 2150억원, 2012년 1721억원 등 심각한 수준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그러나 2012년 시행한 ‘리바이벌 플랜’을 통해 2013년 영업이익이 445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인한 판매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줄 것으로 점쳐지자 르노삼성차는 올해 초부터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르노삼성차는 전체 임원의 40%를 줄인 데 이어 남은 임원의 임금을 20% 삭감했다.

이번 생존 전략에는 내수 시장에서 수익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또 XM3 수출 차량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안정적인 물량 공급을 통해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을 입증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르노삼성차는 지난해 국내 자동차 시장에 6종의 신차를 출시했다. 그러나 총 9만5939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당초 목표했던 10만대 판매 달성에 실패했다. 2016년의 SM6와 QM6 등 신차 효과로 11만대 이상의 내수 판매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더구나 지난해 국내외 시장에서의 총 판매량은 11만6166대에 불과했다. 2014년부터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72% 이상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위탁 생산이 지난해 3월로 종료되며 2019년 대비 80% 가량 급감한 것이 르노삼성차의 국내외 총 판매량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4년 국내외 총 판매량 8만5098대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다. 업계는 르노삼성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2년 이후 8년 만에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내수 시장의 심화한 경쟁 구도 속에서 부진을 겪는 가운데 지속적인 고정비 증가가 맞물리며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의 실적 부진이 가속화하면서 본사인 르노그룹도 르노삼성차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르노그룹은 현지시간으로 이달 14일 기존 시장 점유율과 판매량 중심에서 탈피해 수익성과 현금 창출, 투자 효과 등의 가치 창출에 집중하는 조직으로 변화하겠다는 새 경영 전략 ‘르놀루션’을 발표했다. 특히 수익성을 더 강화해야 하는 지역으로 라틴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한국을 언급했다.

업계는 르노삼성차의 부진이 더욱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이 크게 저하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실제로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의 지난해 공장 가동률은 공장 휴무, 1교대 시행 등으로 기존의 2교대 시행에 따른 공장 가동률 대비 2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로나 여파와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 글로벌 시장 침체에 따른 그룹 내 공장의 제조원가 경쟁 심화 등으로 미래 생산 물량 확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지난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이에 르노그룹 역시 파업으로 잦은 생산 차질을 빚어온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르노삼성차 노사는 이날 제4차 본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르노그룹의 자구책 요구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양측이 설 전에 임단협 타결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해서는 대내외 경영 환경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르노삼성차 조직의 구조 개선과 함께 현재의 판매·생산량에 대응하는 고정비, 변동비의 축소와 탄력적 운영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오창영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오창영 기자 cyoh@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