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적자’ 상처뿐인 LG전자 스마트폰, 결국 철수 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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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생산부문 매각 유력…인수자로 베트남 빈그룹 거론
LG전자 “모든 가능성 열고 검토 중…롤러블폰은 연내 출시”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1 14:56:43

▲ LG전자가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사업 매각 시기 등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LG트윈타워. ⓒ스카이데일리

LG전자가 사실상 스마트폰 사업을 접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사업 매각 시기 등에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적절한 시기에 전면 매각하거나 단계적 철수를 통한 점진적 후퇴, 또는 외주를 주는 식의 축소운영을 거치다 매각하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사업부 중 설계, 디자인 등 연구개발부문을 남겨두고 생산부문을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직접 생산은 과감하게 포기해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LG전자는 2019년 평택공장 생산라인을 베트남 하이퐁으로 통합 이전하면서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모두 해외에 두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베트남 외에도 브라질과 중국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매각 작업은 이 같은 해외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의 생산시설 매수자로는 베트남의 빈그룹(Vingroup)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빈그룹은 베트남 시총 순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2018년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빈스마트를 설립하고 LG전자와 같은 하이퐁 경제특구에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빈그룹에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LG전자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앞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은 구성원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MC사업본부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권 사장은 이메일에서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LG전자 모바일 사업은 한때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이 흥행에 성공하며 주력사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다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초기 대응이 늦어졌고 시장 주도권 확보에도 실패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친다.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내내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무려 5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스마트폰 사업의 재도약을 위해 LG 윙 등 혁신 제품 출시, 글로벌 생산지 조정 등에 나서왔다. 지난해 12월에는 ODM 사업조직을 강화하고 선행 연구와 선행 마케팅 담당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의 공세가 심화하는 등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과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약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업계가 LG전자의 선택에 주목하는 이유다. 먼저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최근 LG전자가 ‘CES 2021’에서 선보인 ‘롤러블폰’ 영상도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롤러블폰 실물을 담은 짧은 영상을 선보였지만 상세 사양 등은 공개하지 않은 게 그 이유로 지목된다.

LG전자가 사업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전면 외주 제작하는 방식으로 ‘LG폰’의 명맥은 이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원하는 조건의 매각이 쉽지 않은데다 축소 수순을 통한 단계적 철수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사업본부 내 일부 부서는 정리하고 외주 생산을 통해 원가 개선을 극대화하는 정도로 갈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만약 LG전자가 생산공장을 성공적으로 매각한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이어갈 경우 애플 아이폰처럼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이 적용된 제품을 새롭게 선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일련의 내용과 관련해 LG전자는 일단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LG전자가 MC사업본부를 매각할 경우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빠른 실적 개선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우 모두가 성장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LG전자가 누릴 잠재 성장률은 과거보다 낮아졌다”며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할 시 실적 변화는 클 것이다. 2021년 기준 영업이익은 기존 3조5000억원에서 4조2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다”고 예상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도 “모바일 사업부를 제거하면 LG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4조원을 상회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MC사업부 매각 등으로 관심을 모았던 롤러블폰 개발·출시가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당초 3월 출시가 유력했지만 하반기로 출시 스케줄이 미뤄진 점도 비관론에 무게를 더한다. LG전자는 일단 롤러블폰 개발은 계속 이어가고 있으며 연내 출시가 목표라는 입장이다.

[강주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