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하 현금창고 전락한 상장기업 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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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하 전 회장에 대한 도 넘은 전관예우 도마 위
개인사업 추진 과정에 상장기업 자금 투입된 정황
“후진적 조직시스템·기업문화 바꿀 충격요법 시급”

김신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5 00:02:22

‘전관예우(前官禮遇)’의 사전적 의미는 고위 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을 뜻한다. 현재는 그 의미가 확장돼 공직 사회 외에 사회 전 분야의 유사 사례를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한국사회 특유의 인연을 중시하는 풍토가 빚어낸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단순히 예의만 차리는 수준이라면 ‘오랜 기간 고생한 노고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전관예우는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예의만 차리는 수준을 넘어선 부정한 청탁이나 과도한 특혜 등이 결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전관예우’라는 단어 자체가 부정적 의미의 단어로 전락한 지 오래다. 표면적으로 공정과 정의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로 규정돼 척결 사안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최근 국내 토종가구기업 한샘을 둘러싼 논란은 전관예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한층 부각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샘은 과거 재직했던 오너급 전문경영인인 최양하 전 회장과 그 일가에게 퇴직 후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회장과 그 일가에 대한 한샘의 지원, 그 중에서도 금전적 지원은 사실상 현금창고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최 회장은 한샘 계열사로 분류돼 있는 한샘이펙스의 실질적인 소유주다. 한샘이펙스의 주주구성은 최 전 회장이 100%의 지분을 보유한 개인기업 에스앤씨네트웍스 30.84%, 최 전 회장 25.60% 등을 비롯해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명예회장 3.10%, 조 명예회장의 장녀 조은영 씨 22.02%, 한샘 10%, 강승수 현 한샘 회장 5.32%, 기타 3.12 등이다. 최 회장이 절대적인 소유권을, 나머지를 한샘 창업주 일가와 한샘, 현 한샘 경영인 등이 나눠 갖는 구조다.

고급가구 등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한샘이펙스는 매출 중 상당 부분을 한샘에 의존하고 있다. 한샘을 비롯한 계열사들과의 내부거래액은 2018년 415억원, 2019년 324억원 등 매 년 수백억원에 달했다. 내부거래 비중은 전체 매출액의 과반에 육박했다. 한샘과 한샘 창업주 일가, 현직 회장 등이 한샘이펙스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곤 하나 전직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전관예우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고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최 전 회장에 대한 한샘의 전관예우는 단순히 일감몰아주기에만 그치지 않았다. 최 전 회장은 개인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상장기업 한샘을 마치 제 회사처럼 이용했다. 한샘의 브랜드를 노골적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소량이긴 하나 한샘의 지분이 포함돼 있는 한샘이펙트를 현금창구처럼 이용하기도 했다. 한샘이펙트의 이름으로 빌린 부동산을 개인기업의 사업장 용도로 이용했다.

문제의 기업은 최 전 회장의 아들인 최우혁 대표가 설립을 주도하고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아템포코리아다. 이곳은 에스앤씨네트웍스가 90%의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최 전 회장 개인기업이다. 한샘이펙스와 마찬가지로 해외 고급가구를 주로 취급한다. 이곳은 출범 직후부터 노골적으로 한샘 브랜드를 앞세워 이름을 알렸다. 컨셉스토어 오픈 당시에도 아템포코리아 대신 한샘이펙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 전 회장은 심지어 아템포코리아의 사업장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샘이펙스의 자금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템포코리아 본사이자 ‘아템포(a.tempo) 도곡 컨셉스토어’의 임차인은 한샘이펙스로 등기돼 있다. 한샘이펙스가 내부거래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한샘외 계열사→한샘이펙스→최양하 개인기업 등으로 돈이 흘러들어가는 구조인 셈이다.

내부거래의 경우 한샘이펙스의 온전히 수익이라 직접 지분을 소유한 조창걸, 조은영 등 창업주 일가의 묵인이 이해되긴 하지만 온전히 최 전 회장 개인기업인 아템포코리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까지 묵인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설령 최 전 회장의 공로를 조 명예회장이 인정했다고 해도 상장기업의 돈이 고스란히 전직 회장의 개인주머니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라는 점에서 문제가 아주 없다고 보기 어렵다.

한샘은 ‘토종기업을 살리자’는 국내 소비자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성 직원의 성폭행 논란과 이에 대한 조직적 은폐 의혹, 끊이지 않는 제품하자 논란, 정치편향 행보 논란, 최근에 불거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으로 ‘비리 종합선물 세트’라는 낙인이 찍힌 상태다. 나열된 사안 외에도 한샘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수두룩하다. 이미 실추될 대로 실추된 한샘의 기업 이미지는 전직 오너급 임원에 대한 전관예우 논란으로 한층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되돌리긴 한참 늦었다. 기업 이미지 쇄신을 위한 한샘의 강력한 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방법은 뒤처진 조직문화나 조직관리 시스템 등의 개선을 위한 충격요법뿐이다. 과거 한샘이 한창 성장하던 시기와 달리 지금은 토종 가구기업도 제법 생겼다. 굳이 한샘 제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대안이 있다. 연 매출 2조원 안팎의 토종 가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초석 마련을 위한 국내 소비자들의 애정 어린 불매운동이 시급하다.

김신 s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