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 찬성률 100%’…하이트진로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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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사외이사 3인, 임기 중 이사회 안건서 반대표 ‘0’
가결된 안건 중 총수일가·친인척 기업과의 내부거래 건 포함
임재범·이구연, 과거 하이트진로 근무…경영진 견제 유명무실

강주현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6 13:54:00

▲ 하이트진로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사진은 하이트진로 서초사옥. ⓒ스카이데일리

하이트진로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의 권력을 견제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를 해야 할 사외이사가 일종의 ‘거수기’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중 하이트진로 임직원 출신 인사가 존재하는 점도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25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9월 말 기준으로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유상원 이사, 임재범 이사, 이구연 이사 등이다. 이 중 유상원 이사와 임재범 이사는 2019년 초 하이트진로 사외이사에 선임됐고 이구연 이사는 지난해 초 선임됐다.

이들 세 이사는 2019년 초부터 지난해 9월말까지 이사회 안건에 대해 단 한 건의 반대표도 던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하이트진로 공시 등에 따르면 유상원 이사와 임재범 이사는 2019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의 모든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구연 이사도 지난해 내내 모든 이사회 안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이들이 찬성표를 던진 이사회 안건 중엔 오너일가가 지분 99.9%를 소유한 ‘서영이앤티’와의 거래에 대한 안건도 포함돼 있었다. 서영이앤티는 과거 ‘부당지원’ 사안 등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곳이다. 박태영 하이트진로 사장 등 경영진은 서영이앤티 부당지원 건으로 대한 사법처벌까지 받아야 했다.

이보다 앞선 2019년 ‘대우화학’과의 대규모내부거래 건에 대해서도 유상원 이사와 임재범 이사는 각각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당시 사외이사였던 김영기 전 이사와 정병교 전 이사도 해당 건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대우화학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사촌 관계인 이상진 대우화학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다.

사외이사들의 획일화된 찬성표로 인해 하이트진로 총수일가를 비롯한 친인척들은 크고 작은 편익을 취할 수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상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다.

사외이사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회사 외부의 인물이다. 원칙적으로 대주주 권력과 내부 부실을 견제하는 한편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기업경영에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들의 이사회 활동 내역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하이트진로의 사외이사가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일각에선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들의 과거 이력에 주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사외이사로 있는 3인 중 임재범 이사는 해군본부 과장을 거쳐 하이트진로에 입사해 상무까지 오른 경력이 있다. 이구연 이사는 과거 하이트맥주 상무를 역임했고 현재는 사회복지법인의 자문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이들이 사외이사에 선임된 것부터가 논란의 여지를 남기게 된 셈이다.

한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는 “회사 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는 독립성이 의심받을 수 있고 회사와 밀접한 이해관계가 형성될 위험이 높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강주현 기자 jh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