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울리는 구시대적 유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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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울리는 구시대적 유통규제

허경진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7 00:02:34

여당이 2012년부터 대형마트에 적용되던 월 2회 휴무를 복합쇼핑몰, 백화점, 면세점 등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유통업계와 국민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생활물류법과 함께 3대 민생법안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내달 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국회에서는 유통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14개 발의된 상태다. △대형마트 입점 금지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범위 20km로 확대 △의무휴업 규제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에도 적용 △복합쇼핑몰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지정 등이다.

이 가운데 복합쇼핑몰에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익표 의원은 “대형유통기업들의 복합쇼핑몰 진출 확대로 지역상권 붕괴가 가속화되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법안 제안이유를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2012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시작된 대형마트 공휴일 의무 휴업 도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대형마트의 매출은 물론 대형마트의 주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의 매출도 덩달아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유통학회의 ‘유통 규제 10년 평가 및 상생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3월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후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9년 기준 4.9% 줄었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골목상권 등이 포함된 전문소매점의 매출은 6.1% 줄어들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비율은 고작 5.8%에 불과했다. 대형마트 폐점 시 해당 점포 반경 0~1km와 1~2km 내 전체 업종의 매출도 각각 4.8%와 2.7%씩 감소했다.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게 오히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시장의 적을 대형마트, 백화점으로 규정하는 것은 소상공인과 대기업으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다. 더욱이 대형마트 규제는 소상공인 입점업체 등 대형마트와 관련된 고용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정부나 여당이 유통업계를 규제하며 기대한 효과와 정반대의 결과만 초래됐다. 과도한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까지 겹친 현 시점에서 규제는 또 다른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는 유통업계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상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생 활동을 정성·정량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 처벌보단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변해야 한다. 소비자 선택권까지 침해해가며 대형마트와 소상공인에 간섭해 부작용만 야기한다면 아무것도 안하느니만 못하다. 유통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업체들의 대부분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허울뿐인 유통산업발전법과 같은 규제가 아니라 말 그대로 유통산업‘발전’법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허경진 기자 / 행동이 빠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허경진 kjhe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