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가 무거운 대통령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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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가 무거운 대통령은 필요없다

김찬주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8 00:02:31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2021년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불통’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일 년 간 코로나 상황 때문에 기자회견 등 기자들과의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도 “반드시 기자회견만이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장 방문 등 여러 방식으로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 해왔다”고 말했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도 대통령의 소통 노력에 지원 사격을 나섰다. 탁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코로나19로 인해 현장방문 자체가 제한적이고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부대일정을 추진하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적어도 작년 봄 이전까지 현장방문은 다른 어떤 일정보다 국민들을 대면하고, 국민들의 관계 속에 대통령이 함께 들어가 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이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탁 비서관의 ‘현장방문’을 증명하듯 자치발전비서관실은 앞서 2019년 11월12일 지역 현장 방문 성과를 홍보하는 자료를 배포하면서 문 대통령이 취임 후 2년 반 동안 방문한 지역 현장이 348곳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의 지역 방문 행보를 △지역주도 균형발전 △찾아가는 경제 △혁신성장과 미래 먹거리 △국민의 아픔 위로 등 4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현장 방문 홍보에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 했을지 모른다.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던 대통령 후보자는 대통령 취임 후 그의 실정(失政)을 비판하러 광화문에 모인 국민을 공권력을 사용해 막았다. “주요 사안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브리핑 하겠다”던 대통령 후보자는 취임 후 2021년 신년기자회견서 “반드시 기자회견이 국민 소통이라 생각지 않는다”면서 본인의 공약을 뒤집었다.

청와대는 또 대통령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이동한 거리를 환산하면 총 5만9841km로 지구 한바퀴 반에 달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의 소통이나 만남을 조금이라도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국민이 무감각해서일까. 아이러니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국민의 아픔 위로’는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국민은 대통령의 위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아무것도 하지 말고 하려고도 하지 말라’는 등 마치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것 같다.

그나마 소통을 위해 마련한다고 한 것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게재되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다. 물론, 대통령이 국민 한 사람마다 고충을 일일이 다 들을 순 없다. 하지만 국민이 청와대 문 한 번 두드리려면 한 달 이내 2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겨우 공식 답변을 받는다. 우리보다 인구가 6배나 많은 미국 국민청원 ‘위 더 피플’이 동기간 10만명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함을 고려하면, 대통령과의 소통은 마치 하늘의 별따기다.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청와대에 앉아 그의 공약이 적힌 종이에 소통에 관한 항목에 대해 X표부터 해야 할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통령이 현재 여론을 인식하고 있다면 국민 곁으로 다시 다가가는 것이 망설여질지도 모르겠다. 국민과 대통령 간의 거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의 넓고 긴 강을 건넌 셈이다.

애매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자영업자의 현장, 25번의 부동산 규제로 치솟은 집값에 끊어진 내 집 마련의 꿈, 쓰러져가는 집 벽에 페인트칠하는 도시재생 등 수많은 문제 현장에 대통령은 찾아가지 않았다. 다음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염원은 대한민국이 어떤 대통령을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현장의 소리를 듣고 현장을 중시하는 엉덩이가 가벼운 대통령을 필요로 하지 않을까.

[김찬주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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