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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라임·디스커버리 등 사모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먼저 28일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가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재심에서 라임펀드를 판매한 증권사 전·현직 CEO들이 대다수 직무정지, 기관경고 등 중징계를 받은 만큼 은행장들에게도 높은 수위의 징계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에만 약한 제재 결정을 내릴 경우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데다 피해자 여론도 의식해 중징계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달초 금융당국이 기업은행에 사전 통보한 징계안에도 펀드 판매 당시 김도전 전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제재 가운데 문책 경고부터 직무 정지, 해임 권고는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 경고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해당 기관장은 연임 제한과 함께 징계 시점부터 원칙적으로 3~5년 간 금융권 취업도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반발이 일고 있다. 판매사인 은행이 운용사의 투자계획서를 토대로 상품 판매를 하는데 제도에 허점이 있어 이를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모펀드 운용 사전심사제를 사후신고제로 바꾸고 최소 투자금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춘 것도 펀드 사태가 일어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피해자 측에 선보상을 지급할 경우 자칫하면 경영진이 배임 이슈와 관련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배임 소지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펀드 운용사로부터의 자금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상장사의 경우 주주들의 반발까지 있으면 곤란하다는 게 은행권의 입장이다.
은행권의 입장이 나오자 펀드 피해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펀드 판매과정에서 원금 손실위험이 전혀 없다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거나, 펀드 가입이 결정된 이후 투자자 성향을 멋대로 ‘공격투자형’으로 설정하는 등 ‘불완전판매’라기 보다는 ‘사기’에 의한 판매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먼저 제재심을 받을 기업은행은 초고위험 상품인 디스커버리펀드를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보수적인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이라고 판매 PB들에게 교육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사실상 기업은행 본사가 적극적이고 조직적으로 고객을 기망했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에 기업은행은 피해자들과 접촉하면서 보상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 그들의 원성을 샀다. 지난해 9월 피해자들은 배임이슈 회피를 위한 대법원 판례 등의 법률적 근거를 은행 측에 보냈으나 4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이달 14일에는 금감원 제재심 이전 당사자 간 사적화해를 위해 간담회를 열었지만 별다른 성과없이 끝났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기업인 신영증권 등이 이미 사적화해 방식으로 해결한 전례가 있는데도,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이 사적화해를 거부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다른 민영은행과 달리 1961년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책은행이다. 최대주주는 의결권 있는 주식 63.55%를 보유한 기획재정부로, 은행장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주주인 정부에서 승인하면 배임 문제가 생길 소지는 적다. 금감원의 선보상 권고에도 국책은행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가운데 약 900억원 가량이 환매되지 못했고, 라임펀드도 290억원 가량 판매했다. 여기에 선보상 비율을 감안하면 기업은행이 보상해야 할 금액은 1000억원 미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기업은행의 누적 순이익인 9760억원의 약 10%에 불과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출자해 운영하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국민을 우선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한원석 기자 / 시각이 다른 신문 ⓒ스카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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