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산업로봇, 실질임금 상승 막는 요인으로 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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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반도체·OLED부문 로봇 점유비중 높아… “고부가가치 산업 발굴 필요”

한원석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1-27 17:11:36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보급된 로봇이 자동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종사자를 대체하면서 실질임금 상승과 종사자 증가율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한은)은 27일 ‘산업용 로봇 보급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8년까지 한국의 로봇 운용 대수는 3만8000대에서 30만대로 약 8배, 판매 대수는 5000대에서 3만8000대로 약 7배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세계전체의 산업용 로봇 운용대수가 75만대에서 243만9000대로 3.2배, 판매대수가 9만9000대에서 42만2000대로 4.3배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산업별 로봇 점유 비중은 자동차(34.2%)와 반도체·OLED(32.8%) 부문에서 높았다고 봤다. 이는 다른 나라와 자동차(40.5%) 부문에서 유사한 모습을 보이지만, 반도체·OLED(10.4%)은 세계 평균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제조업 종사자 1000명당 로봇 운용 대수를 나타내는 ‘로봇밀집도’를 비교해도 주요국에 비해 한국의 로봇 확산이 빨랐다. 한국의 로봇밀집도의 증가 규모는 2000~2007년중 연평균 1.26대에서 2010~2018년중 연평균 5.28대로 확대됐다. 이는 같은 기간 일본(0.07→0.12), 미국(0.9→0.93), 독일(1.09→0.89), 대만(0.68→1.5) 등 보다 증가폭이 컸다. 이 결과 2018년 기준 한국의 로봇밀집도는 싱가포르 다음으로 높은 77.4대를 기록했다.

한은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산업용 로봇 보급이 빠른 이유는 로봇가격이 2009년 6만3000달러에서 2018년 3만9000달러로 38.6% 가량 하락한 데다, 한국 산업 구조에서 전기·전자·화학·운송장비·기계장비 등 로봇 활용 유인이 큰 업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서는 실제 1000명당 로봇 보급 증가폭과 해당 산업의 부가가치 증가율을 감안한 1000명당 로봇 보급 증가폭의 격차인 ‘로봇침투도’를 활용해 산업에서 로봇 침투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됐는지 분석했다.

이 결과 2010년 이후 자동차, 전자부품·컴퓨터 등의 산업에서 로봇 침투가 빠르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0~2018년 중 자동차 산업의 로봇침투도는 연평균 6.3단위 상승했으나, 식료품과 섬유 산업은 각각 0.05, 0.001단위 상승하는 것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로봇침투도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2010~2018년 중 로봇침투도 1단위 상승시 해당 산업의 종사자수 증가율은 약 0.1%p, 실질임금 상승률은 약 0.3%p 낮아진 것으로 추정됐다. 보고서는 “이는 부가가치의 변동없이 종사자 1000명당 로봇이 1대 추가로 증가할 경우 해당 산업의 종사자수 증가율이 0.1%p 정도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로봇침투도가 1단위 상승할 경우 해당 산업의 실질임금 상승률이 0.27~0.29%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보급된 로봇은 해당 산업의 종사자를 대체하면서 실질임금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이번 분석은 로봇 보급이 해당 산업의 고용여건에 미치는 효과만을 고려한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향후에도 로봇공학, AI(인공지능), ICT(정보통신기술) 등 기술발전으로 로봇의 역할이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로봇 보급도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러한 과정에서 일자리 확대를 위해서는 로봇 보급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가 업무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적극 발굴하면서 부문간 노동이동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한원석 기자 / 판단이 깊은 신문 ⓒ스카이데일리]

한원석 기자 ws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