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선의 춤은 본향(本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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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선의 춤은 본향(本鄕)이다

춤에 대한 한없는 겸손함으로 김진홍流 영남춤을 담아
이음과 담음, 전통과 미래의 다짐, 진중한 여유로 선봬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01-29 10:28:37

김연선의 춤은 늘 기대된다. 가을 들판에 벼가 익어가듯 춤이 익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무대(2020.11.17., 한국문화의집) 또한 그러했다. 서울 출신으로 영남춤을 묵묵히 수행하듯 정진하는 모습을 공연 제목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본향(本鄕)’. 김연선은 이번 무대를 통해 춤에 대한 고향의 정의를 이렇게 내린다. 춤에 대한 한없는 겸손함이다.

지역 춤, 특히 영남춤을 언급할 때 김진홍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부산시무형문화재 제14호 동래한량춤 보유자다. 선생의 류로 지칭되는 다양한 춤 레퍼토리는 지역춤 자산으로 탄탄히 뿌리내리고 있다. 물론 지역을 넘어선 지도 오래다. 자신 또한 후학들에게 전승하고 있다. 당초 스승과 제자가 한 무대에서 함께 추려고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름다운 사제동행을 보지 못함은 아쉽다. 스승의 춤 정신을 닮고자 노력했던 춤결은 부산의 바다처럼 평화롭게 무대를 채워나간다.

낯선 철현금 소리가 귓전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김연선 앉아 있다. 객석을 응시하며 서서히 춤을 그린다. 솔로 춤 이후 4명(허은영, 최윤정, 김수민, 황민경)이 함께 어우러져 겨울 속의 봄처럼 작게 속삭인다. 싱그럽다. 김진홍의 자연중심적인 정신이 춤에서 하나씩 하나씩 분사된 것이 ‘김진홍류 산조춤’이다.

이어진 무대는 ‘김진홍류 승무’. 선생이 듀엣 무대를 함께하지 못한 자리를 김연선의 동학인 김성훈이 무대를 열어준다. 이매방의 춤사위, 이춘우의 무태 및 북가락, 여기에 김진홍 특유의 부산춤이 어우러져 완성된 것이 이 춤이다. 김연선은 춤 마디마디를 자신의 것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화려한 의상, 크진 않지만 반복되는 동작으로 눈길을 끄는 ‘김진홍류 동래검무’. 처용무와 더불어 오랜 된 춤이 바로 검무다. 이 춤은 부산 동래권번 예기(藝妓)에 의해 명맥을 유지하며 전승돼왔다.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반듯함은 두 명의 춤 대화를 통해 전달된다.

김연선은 ‘김진홍류 부산진춤’ 독무를 통해 말한다. 진중한 여유다. 속 깊은 무뚝뚝함인 영남춤의 본맛이다. 김진홍류 춤 중 예술성 높은 춤을 그 격에 맞게 풀어낸다. 맨손으로 추는 기본춤인 이 춤은 내면의 흥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올 때 가능하다. 다음 무대는 ‘김진홍류 살풀이춤’을 대신한 김성훈의 ‘설장고춤’. 사물놀이로 출발해 남해안별신굿 이수자인 그는 이제 제 옷을 입은 듯하다. 몸이 가볍다. 농익은 무대는 반주단과의 호흡에서 쉽게 알 수 있다.

피날레는 ‘김진홍류 지전춤’. 1979년 대한민국무용제 수상하고, 무대 구성과 춤사위를 정리해 오늘에 이른다. 망자천도라는 굿의 제의식이 담겼다. 염원의 춤이다. 스며드는 구음에 김연선의 지전은 허공을 가른다. 춤의 넋을 무대에서 부른다. 춤의 이면을 하나하나 음미하는 듯하다. 기쁨의 눈물, 슬픔이 메아리친다. 지전춤은 김연선 그 자체가 된다. 군무 4명이 합류돼 승화의 진폭을 더한다.

이번 춤 무대는 2018년 ‘영남춤을 잇다’에 이은 ‘영남춤을 담다’가 주제다. 이음과 담음. 전통에 대한 애정, 미래에 대한 다짐이 꿋꿋하다. 영남춤 다음 주제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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